올겨울 달걀 값 폭등의 원인이 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실상 종식됐지만 달걀 값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산란계 마릿수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산란율은 평년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달걀 한 판(특란 30개) 평균 소매가는 지난 28일 7,485원으로 1년 전(5,245원)보다 42.7%, 평년(5,320원)보다 40.7% 높았다. 정부가 이달 11일 고병원성 AI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관심’ 단계로 하향하며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지만 1개월 전(7,280원)보다 오히려 205원 올랐다.
정부가 다음 달쯤 달걀 값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반대 양상이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달걀 값 안정의 근거로 산란계 닭 마릿수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까지 6개월령 이상 산란계는 4,585만 마리가 사육돼 전년 대비 14.1% 적지만 다음 달부터 평년 수준까지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산란계 마릿수가 늘더라도 산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겨울 AI로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져 늙은 닭들까지 산란에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란계 닭의 산란율은 초창기 95~96% 수준이지만 노계가 되면 70% 수준으로 떨어진다. 최근에는 이런 늙은 닭들조차 한계에 도달해 산란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뿐아니라 저병원성 AI도 유행해 닭들의 산란율을 떨어뜨린 측면도 있다.
양계 농가들은 재입식(가축을 다시 들임)의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부의 살처분 보상을 받아 재입식을 해야 하지만 그사이 중닭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양계장은 통상 병아리 육성장에서 약 2~3개월간 사육한 중닭을 사 3~4개월 더 기른 뒤 알을 낳게 한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마리당 3,500원 안팎이던 중닭 가격이 최근 7,500~8,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양계장은 보통 2~4동, 많게는 10동까지 운영하는데 농협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는 한 동을 겨우 열 정도”라고 호소했다.
농축산물 할인 쿠폰이 30개짜리 달걀 한 판에만 적용돼 소비자가 지원을 실제로 체감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는 농축산물 할인 쿠폰 예산 760억 원을 활용해 대형마트에서 달걀을 20%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10구짜리 달걀 등에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