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겨냥해 “김 전 실장이 추진한 방식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송 대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송 대표는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에도 비판 목소리를 낸 바 있어 당청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누구나집 5.0도입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김 전 실장이 추진한 방식은 공공임대 확대와 임대사업자 세제 확대였다”며 “(이런 정책이)내 집을 가지려는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집 가질 기회를 줘야 한다”며 “자산가격 상승 속도와 노동임금 상승 속도가 비교가 안되게 차이가 나서 벼락거지가 생기는가 하면 노동 의욕이 상실되고 좌절이 발생할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다”고 현 부동산 시장을 진단했다. 특히 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양도세 등의 부동산세제 강화 기조를 이어온 것과 관련해 “세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는 세수가 올라 좋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올려 좋고, 세입자만 힘들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송 대표가 추진해온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사회적 나눔 주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온 것으로, 사실상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싸잡아 비판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 차별화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앞서 송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 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규제완화론자’인 김진표 의원으로 선임하고 부동산세제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송 대표는 초고가 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 방침은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경기·인천 지역 기초단체장 간 정책현안 회의에서 “만약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면 종부세를 내는 시가 20억 원 이상 주택 소유자의 세부담도 평행이동해 줄어든다”며 “하지만 제가 만든 상위2%로 정하는 방식은 과세기준이 평행이동하지 않아 세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말했다. 즉, 과세기준을 상위2%로 정하는 방식은 금액 상향 방식과 달리 초고가 주택 소유자에게 추가 세부담 감면 해택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당 일각의 ‘부자감세’지적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송 대표는 ‘누구나 집’을 통해 공급정책도 강화할 방침이다. ‘누구나 집’은 집값의 6~20%만 내면 10년 뒤 분양전환이 가능한 임대주택으로 송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고안했다. 김진표 의원은 “오는 10일께 수도권 10여 곳에서 누구나집 2만여 가구를 언제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분양할지 계힉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