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What] 공급망 재편에 글로벌 테크 '대이동'…美 남서부 벨트, 새 제조업 허브로

■글로벌 산업지형 바뀐다

바이든 '공급망 中배제' 전략에

TSMC·삼성전자 등 잇단 투자

애리조나·텍사스·뉴멕시코로

반도체·車 등 산업 중심축 이동

5개주 일자리 3년간 10만개 ↑

유럽도 투자유치·기업U턴 독려

인텔, 獨 등에 파운드리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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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TSMC 2021 기술 심포지엄’에서 “5나노미터(㎚, 10억 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애리조나 공장을 이날 착공했다”며 “120억 달러(약 13조 3,4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는 앞으로 10~15년간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에 공장 6개를 지을 예정이다. 고용 인원만 1,600명이다. 지난 3월 인텔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는 7억 달러를 들여 올해 애리조나에 첫 조립 공장을 연다. ‘사막의 땅’ 애리조나가 신산업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공급망 개편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미국은 오대호 주변의 서리지대(프로스트벨트)에서 1980년대 남부 지역 선벨트로 산업의 축이 이동했는데 최근 애리조나와 텍사스·뉴멕시코 같은 남서부 지역이 뜨고 있다.

특히 애리조나와 함께 텍사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텍사스는 댈러스(통신·정보기술)와 ‘실리콘힐’로 불리는 오스틴(반도체), 휴스턴(우주·바이오)을 잇는 첨단 기술 삼각지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삼성은 기존 공장이 소재한 텍사스 오스틴을 중심으로 애리조나와 뉴욕주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테슬라도 텍사스에 조립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애리조나와 뉴멕시코·텍사스·오클라호마·네바다 등 5개 남서부 주의 제조업 일자리가 10만 개 늘었다. 이는 미국 전체 고용 증가분의 30%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서부가 미국의 새로운 제조업 허브”라며 “이들 지역에는 건설용 크레인이 사방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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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전략이 촉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중국 견제를 위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반도체·배터리·희토류·바이오의약품 등 4개 핵심 품목을 대상으로 100일간 진행한 공급망 조사가 4일 마무리되면 추가 투자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서부 주의 경쟁력도 한몫 했다. 애리조나는 1년 중 299일이 맑은 날이고 집값도 싸다. 또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최근 확대했다.

텍사스는 주 차원의 소득세가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사업 세금 감면과 재산세 면제 혜택을 준다. 네바다 역시 각종 공제 외에 재산세와 판매세 등을 깎아준다. 부동산 업체 CBRE그룹의 지역 인센티브 담당인 에릭 스타브리오티스는 “1년 남짓한 기간에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은 제조업체들이 혜택을 주는 남서부 주를 중심으로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게 한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조지아주와 테네시주도 미국 정부의 공급망 다변화의 혜택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에 포드 픽업트럭 ‘F-150’ 전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주 공장에 이어 테네시에 배터리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신규 투자 규모만 140억 달러다. 테네시에는 LG전자의 세탁기 공장도 있다.

미국발 공급망 재편은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의 최소 20%가 유럽에서 생산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지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10%에 불과한데 이를 2배로 늘리겠다는 얘기다. 인텔은 특히 독일·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을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로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르노에 50억 유로의 긴급 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중국 공장 생산분을 국내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배터리 자체 생산 목표를 세운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과 스웨덴 등에 배터리셀 공장 6개를 지을 예정이다. BMW도 배터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내에 또 다른 ‘배터리벨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곽윤아 기자 susopa@sedaily.com


뉴욕=김영필 특파원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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