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측의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선연기론 주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야권의 ‘이준석 돌풍'이 이어질 경우 민주당 대선 경선의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고 국민의힘보다 먼저 후보를 뽑아서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달 중순께 대선기획단을 출범하고 경선 시기와 방식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선 문제는) 단순히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에 더 무게를 두는 쪽”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대선 경선은 좀 더 역동적이어야 한다”며 “리그전이나 토너먼트를 통해서 역동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경선 시기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역시 경선 방식을 파격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최 지사는 지난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 연기 여부를 대선 주자들끼리 토론해서 결정하자. 그게 안 되면 경선을 슈퍼스타K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최 지사는 “이렇게 해야 국민들도 재밌어 하고 저희들도 긴장한다. 그리고 대선 경선이 살아나고 이준석 현상을 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 첫 주자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16일 “경선 흥행을 위해 일정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방송토론, 주제토론, 맞짱토론 등 다양한 방식의 경쟁을 도입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방식을 넘어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경선 연기론은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보다 먼저 후보를 확정지어서 유리할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국회 정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연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보다 20여일 앞서 진행되면서 선거전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선에서도 같은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광재 의원은 7일 K-안보포럼 창립 세미나에 참석해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 되는 백신 문제가 일단락 되는 시점에 경선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며 “7~8월은 큰 태풍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그 뒤로는 폭서기”라고 우려했다. 날씨나 대면 행사 가능 여부를 고려했을 때 경선을 연기하는 게 더 낫다는 논리다.
경선 연기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송 대표는 지난 6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대로 한다고 말씀 드린 바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대선기획단을 꾸려 논의를 구체화 할 것”이라고 재차 답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