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교역·기술·여행 분야 등에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신 대서양헌장(Atlantic Charter)’을 발표한다. 지난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만나 대서양헌장을 발표한 지 80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신 대서양헌장을 동맹 복원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삼아 향후 동맹국과 스크럼을 짜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CNBC는 9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11일부터 3일간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10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 신 대서양헌장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 대서양헌장에는 미국과 영국 간 여행 재개, 교역 활성화, 양자 분야 등에서의 양국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책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위험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 기후위기 대처, 생물 다양성 보존, 코로나19 종식과 충격 극복 등도 헌장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성명에서 “지금의 세계는 1941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만 영국과 미국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방위 등 안보부터 코로나19·기후위기 등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지구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에 맞서 양국은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서양헌장은 80년이 됐다”며 “미국과 영국 간의 최신 원칙들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와 자유 교역 증진 방안 등이 담겼던 대서양헌장과 비교하면 협력 내용과 범위가 훨씬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장의 지향점도 명확하다. 대서양헌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기본 방침을 정한 수준이었지만 신 대서양헌장은 양자 간 합의 형식을 빌려 동맹의 힘을 결집하며 경쟁국인 중국 등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담았기 때문이다.
G7 정상회의가 예정된 콘월에서 신 대서양헌장을 발표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전통적인 미 동맹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최고 수준의 동맹 복원을 선언하는 것으로 이는 G7 참가국들에 같은 노선을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 개최 이틀 전인 이날 영국에 도착해 미군이 있는 서퍽 밀덴홀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그는 여기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끝났음을 알린 것이다. 폴리티코는 “미국과 영국의 신 대서양헌장 합의는 G7 국가를 결집하기 위한 오프닝 행사”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미국과 영국이 신 대서양헌장을 통해 민주주의 같은 공유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대서양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고 전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