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 탈당 권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조사 결과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 중 과반수가 넘는 7명이 공개적으로 불복하는 상황이다. 잡음이 길어질수록 민주당에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로남불’ 이미지 탈피를 위해 과감한 선제조치를 취했는데 외려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시 송 대표에게 결단의 시간이 찾아온 모양새다.
균열은 중진으로부터 시작됐다. 4선 우상호 의원은 지난8일 당의 방침이 발표 되자마자 “국회의원을 그렇게 쉽게 내보내고 들일 수 있느냐. 제대로 된 조사와 소명 없는 탈당 권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김한정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권유는) 지극히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은 결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 1989년부터 민주당에서 활동해왔다. 우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농지법 위반과 업무상 비밀 사용 혐의를 받았다.
여진은 계속 이어졌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은 오영훈 의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차라리 징계를 해달라”고 성토했다. 김한정 의원도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으니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탈당을 수용했던 김수흥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법 위반 사실이 없다”며 “(향후 거취는) 결정하지 않았다. 충분히 소명하고 당 지도부와 협의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김회재 의원은 12일 “권익위가 아파트 매매 잔금 납입 일자를 잘못 알고 명의 신탁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며 “전화 한 통화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인데 그 조차도 안 했다. 수사를 철회 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했다. 양이원영 의원과 윤미향 의원도 각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송 대표가 다시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세대교체에 성공한데다 부동산 정책 발표와 대선기획단 출범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위법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강제 조치할 수는 없어서다. 법 위반 내용이 경미하다거나 졸속 조사라는 주장에 당내 공감이 확산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탈당 권유’ 방침이 정해지기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혹만 가지고 출당 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해식 의원은 지난 9일 SNS에 올린 글에서 “참 정치 무섭다.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할까”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