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MZ세대(밀레니얼+Z·1981~2010년생) 마음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공간에 뛰어들고 있다. ‘30대 제1야당 대표’ 탄생으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4·7재보궐선거 이후 다시 한 번 증명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진정성 없이 ‘젋은이 따라하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은 정치인들의 디지털·온라인 소통 시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 대표가 온라인 공간에서 젊은층과 소통하는 방식은 크게 ‘즉각성’, ‘쌍방향성’ 등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1985년생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이 대표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현안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대중과 공유한다. 이 대표는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에 ‘대댓글(댓글에 다는 댓글)’을 달고 온라인 상에서 여론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용은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30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보통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온라인 사이트에 ‘인증글(자신이 접속했음을 사진 등을 찍어 증명하는 글)’을 올리는 데 그치는 반면 하 의원은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실제로 하 의원은 전날 ‘아이돌 성 착취물’ 관련자 110여 명을 수사 의뢰해 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내용을 해당 사이트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하 의원은 이날 기준 해당 사이트에서 게시글 55개, 댓글 103개를 작성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유행 플랫폼에 뛰어드는 정치인들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0일 전 세계 2억 명이 사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시작했다.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원 지사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주 2회 이상 접속해 이용자들과 가상 공간에서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020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유명 아이돌 가수의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올려 약 7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섣부른 소통 시도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확한 이해나 진정성 없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금 목걸이에 선글라스, 가죽 재킷 차림을 한 사진이 한 지지자의 SNS를 통해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됐는데,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해당 사진을 놓고 조롱조의 댓글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전날 서울 종로구의 ‘리그오브레전드(LOL) 파크’를 찾아 젊은층들이 주로 하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커뮤니티에선 ‘의아하다’ ‘뜬금없다’는 반응이 주로 나왔다.
장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진정성이 핵심”이라며 “이들 정치인이 정말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느냐가 중요하다”며 “대중들 입장에선 ‘안 하던 짓을 하는 사람에겐 다른 목적이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