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지구용]철새 지키려고 풀 뽑는 우리, 제법 멋있어요

하천 공사 후 사라진 갈대와 철새

생태교란종 뽑고 갈대 복원 작업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일러스트=정유민 디자이너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일러스트=정유민 디자이너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서울 목동의 안양천 둔치를 찾은 에디터. 철새보호구역은 순천만처럼 좀더 광활한 습지·녹지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도 철새가 머물다 가는 곳이더라구요. 언뜻 어느 동네에나 있는 하천변 산책로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풀이 무성한 둔치와 탁 트인 안양천이 보였어요.

목동 오목교 부근의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풍경.목동 오목교 부근의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풍경.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 들어가서 드디어 오늘의 작업 장소에 도착. 이 곳에서 ‘생태교란종’ 식물들을 뿌리뽑아야 해요. 지난해 지자체에서 하천 환경정비 공사를 했는데, 공사 차량이 드나들면서 그만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갈대까지 사라졌거든요. 그 자리는 환삼덩굴, 가시박, 돼지풀 같은 생태교란종들이 금세 채웠어요. 생명다양성재단, 서울환경연합 등에서 조사를 해 봤더니 갈대가 사라진 이후 이 곳을 찾는 철새가 70% 이상 줄었대요. 그래서 생태교란종을 뽑고 갈대를 복원하기 위한 활동에 나선 거구요.

갈대 대신 생태교란종으로 무성한 둔치와 이튿날 닥칠 근육통을 예감한 에디터갈대 대신 생태교란종으로 무성한 둔치와 이튿날 닥칠 근육통을 예감한 에디터



잠깐. 그럼 생태교란종은 아무렇게나 뽑아 죽여도 되는 생명인가요? 그럴 리 없겠죠? 안양천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장인 최진우 박사님이 이 부분을 지적해 주셨어요. "죽여도 마땅한 생명은 없어요. (이 곳의 생태교란종은)훼손된 강변 생태계를 초기 복원시킨 생명이죠. 살고 싶어하는 생명들은 죄가 없어요. 환경을 망친 인간이 죄를 지은 거죠."



환삼덩굴을 들어보이는 최진우 박사님.환삼덩굴을 들어보이는 최진우 박사님.


한 시간 넘게 정신없이 풀을 뽑았어요. 갈대 씨를 심으려면 뿌리까지 잘 뽑아야 한대요. 가만히 있는 사람을 한 번 밀면 두 번째는 버티듯이, 식물도 뿌리를 덜 뽑고 남겨두면 더 깊고 강하게 뿌리를 내린대요. 그런 생명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뽑아낸 환삼덩굴, 가시박 무더기(동그라미). 휑해진 이 곳에 지자체에서 갈대 씨를 뿌릴 예정이에요.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뽑아낸 환삼덩굴, 가시박 무더기(동그라미). 휑해진 이 곳에 지자체에서 갈대 씨를 뿌릴 예정이에요. /사진제공=서울환경연합


뿌리와 가까운 줄기 아랫부분을 부드럽게 잡아 당기면 대부분 쑥 뽑혀나왔어요. 긴팔 옷과 장갑 사이에 드러난 손목에 환삼덩굴 가시가 스치면서 빨갛게 붓더라구요. 다행히 한두 시간 후엔 가라앉았지만, 팔 토시+장갑 조합이 훨씬 안전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나 다음 번 활동에 참가하실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그동안 서울환경연합의 안양천 갈대숲 복원, 철새 지킴이 활동은 여기서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요. 도움이 필요할 때 얼른 손을 들고픈 용사님들이라면 지역벽 환경연합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을 자주 확인하면 돼요. 이번 겨울에는 철새들이 무성한 갈대숲에서 편히 쉴 수 있길.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팀지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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