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의혹이 담긴 이른바 ‘X파일’ 논란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출처 불명의 괴문서로 정치 공작을 하지 말라”며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했으면 명백한 불법 사찰”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X파일을 봤다는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언론에 기관의 개입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놓자 윤 전 총장이 이를 받아 대여(對與) 공세에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문건을 작성·유포한 사람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진실을 가리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점과 불법 사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국민 앞에 나서는 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서 장모 최 모 씨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언론 보도에도 공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다 연이어 검찰발(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 공작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X파일 논란이 예상보다 커지자 난관에 봉착했을 때 정면 돌파를 선택해온 윤석열 스타일대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X파일 내용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대응이 계속되면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이 이 같은 정면 대응 방침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대해 당연히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일이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경우 논란만 증폭시키면서 정치적 타격만 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X파일 논란에 불을 지핀 장 소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 측은 (X파일에 담긴 의혹을) 해명하다가 날 샐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분석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씨에 대한 새로운 의혹 보도도 윤 전 총장이 이날 강경 대응을 결심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 씨의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저급한 정치 공작’에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력히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 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23일 X파일의 최초 작성자를 윤 전 총장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경찰·국정원 등의 성명 불상 관계자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전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장 소장이 라디오에서 국가기관 개입 정황을 거론해 이에 대해 검토 후 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 소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기관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저는 어디인지 안다. (문건을 준 사람이) 저한테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