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용] '따릉이 요금' 깎아준다…'국내 최초' 자전거 면허시험 코스 직접 타보니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전 세계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전기차, 수소차도 좋지만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 자전거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사실을 반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일찍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유럽이 자전거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이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서울시가 공공서비스인 ‘따릉이’를 2016년 내놓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구 해요.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죠.

친환경과 건강도 좋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하겠죠? 지구용사들의 안전을 늘 걱정하던 에디터는 고민 끝에 안전 운행 능력을 한 단계 ‘레벨업’ 해준다는 자전거 운전능력 인증제 시험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봤어요.



자전거 운전능력 인증제 출범을 코앞에 둔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 휘경동 동대문 실외 자전거 교육장. 교육장에는 대기소를 기준으로 앞쪽에는 기능시험 코스가, 뒤쪽에는 주행코스가 구분돼 있었었는데요. 처음 본 코스의 모습은...‘갑골문자?’

대수롭지 않게 실기평가 보러 갔다가 당황할 지구용사를 위해 에디터가 친절하게 설명해드릴게요. 먼저 초급(만 9세~만 13세 미만)형에는 자전거를 운행할 때 꼭 알고 있어야 할 항목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기초 중의 기초인 안전한 출발·멈추기, 수신호, 기어변속, 돌발급정지, 횡단보도 횡단, 자전거 횡단도 횡단, 교차로 통과 등 총 7개 항목.



중학교 시절 3년 동안 자전거로 통학해 온 에디터는 사실 초급 코스는 ‘식은 죽 먹기’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요. 그러나 첫 스타트부터 식은땀이 줄줄. 여러분은 자전거를 오른쪽에서 타야 하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혹시 왼쪽에서 타는 습관이 있는 지구용사라면 꼭 집중해서 감점되지 않도록 해요. 운행 전 자전거 타이어 공기압과 브레이크, 체인, 안장 등 안전점검은 필수! 첫 코스는 20여m 남짓 되는 직선코스인데요. 조심스레 페달을 밟아보니 ‘왕년’의 실력은 온데간데없이 요동치는 핸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직선 주로를 통과하자 오르막 코스가 나오네요. 기어변속 능력을 시험하는 데 변속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네요. 그냥 그대로 올라갔는데 이렇게 되면 변속기 조작 미숙으로 3점 감점. 자동차 운전할 때 깜빡이를 켜는 것처럼 자전거 운전자는 손으로 방향 신호를 해야 하는데 수신호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어요. 또 5점 깎였네요.



초급 기능시험에서 가장 몸을 써야 하는 돌발 급정지와 횡단보도 횡단 코스는 잘못된 운전 습관을 평가해요. 횡단보도가 나오면 정지하고 전후좌우 살피는 거 기본 중의 기본인 거 아시죠? 마지막 코스는 교차로 통과인데요. 좌회전 신호에 따라 이동하는데 여기서도 좌우를 확인하는 운전습관이 중요한 듯해요. 3년 동안 자전거로 통학한 덕분인지 초급 실기 시험 코스는 사실 약간 쉽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평소 안전운행을 해 온 지구용사님들이라면 100% 합격할 것 같은 난이도니 부담 제로예요. 배덕환 서울시 자전거 정책과장은 “자전거 인증제는 평가보다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시행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교육을 잘 받으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어요.

초급 기능시험에 자신감이 붙다 보니 중급(만 13세 이상~성인) 시험도 무난히 통과할 것 같은데요. 중급은 실기평가를 통과한 후 주행능력을 평가하는 건데요. 만만하게 봤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웠어요. 첫 번째 넘어야 할 산은 ‘리을’자 코스. 출발하자마자 ‘금’ 밟았네요. 라인 터치라서 감점 2점이에요. 다음 구간은 8자 코스인데요. 말 그대로 8자를 그리면서 운행하는 거예요. 이제 인증증을 손에 넣기 위한 막바지 단계인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험은 지그재그 코스였어요. 다만 관악구는 시험장소가 협소해 ‘ㄹ’자 코스를 ‘ㄷ’자 왕복 주행으로 대체한다고 하니 요것도 참고하세요. 무게중심을 잘못 잡거나 코너를 크게 돌면 콘과 충돌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자전거 좀 타 본 에디터는 흔들리는 핸들 속에서도 가까스로 통과. 기능시험이 항목별 5점 이하 또는 합계점수 30점 이하, 주행시험은 항목별 5점 이하, 주행 합계점수 20점 이하 불합격이니까 진짜 주의해야 해요. 평가내용 및 채점방식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시험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코스가 너무 단순해 실제 자전거 운전 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는데요. 실제 이날 시험장에 인증제 시범시행을 참관한 문세훈 안전지킴이단연대 교육위원은 “평가 항목에 출발 전 안전점검이 빠져 있는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고 실제 도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자전거단체 등의 조언을 통해 코스를 만들었을텐데 아무래도 탁상공론 형태로 제작돼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어요.

인증제 시험을 통과하면 8월부터 따릉이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고 하니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아 참 그리고 응시료는 완전 ‘공짜’니까 부담 제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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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회색빛의 도시가 초록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자전거 운전 능력 인증제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현대사회에서는 자동차가 급격히 늘면서 대기오염과 교통체증, 주차난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6㎡ 면적이면 자전거 열 대를 세울 수 있지만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하려면 적어도 자전거 주차 면적의 20배 공간이 필요하니 정말 비효율적이죠. 유럽 등 선진국들이 70년대부터 자전거 도로 인프라 확충과 함께 자전거타기 운동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유럽에서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자전거 정책은 배울 점이 참 많은데요.

코펜하겐은 전국 자전거 보급률이 90%에 달하는 ‘자전거 천국’이에요.



덴마크 정부는 2025년을 목표로 자전거 사용을 더 활성화해 이산화탄소의 발생의 줄일 계획을 세웠어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면 자전거의 도심 접근성을 강화해 통행시간을 단축하려고 노력의 흔적이 엿보여요. 사람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싶어도 자동차보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부분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어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자전거 도로 확충. 자전거 도로가 차로와 혼용되면 자전거 통행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덴마크 정부의 구상이 현실로 구현된 게 바로 덴마크식 자전거 고속도로인데요. 올해까지 코펜하겐 지역에 총 45개 노선, 총 길이 746km에 달하는 자전거 고속도로가 들어선다고 해요.

독일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유럽 도시의 자전거 이용자 수를 분석해보니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도시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최대 48%까지 늘어났다”고 발표했어요. 자전거전용도로가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는 열쇠임을 알 수 있어요. 연구팀은 유럽 106개 도시에서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도시에서 그렇지 않은 도시들에 비해 11~48%의 이용자 수 증가가 나타났음을 확인했대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자전거 전용도로 상황은 아쉬움이 남아요. 지난 2019년 기준이지만 서울시 자전거 전용도로는 148.7km에 불과하다고 해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최근 개통된 ‘청계천 자전거 전용도로(중구 청계광장~동대문구 고산자교, 왕복 약 12㎞)’도 운행이 쉽지 않다구 해요. 아무래도 아직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이 도보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차량이 지나가는 길목도 있어 통행이 불편한가 봐요. 동대문역 인근 청계 6가 구간은 강북과 강동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에 있어 차량과 사람이 많아 자전거전용도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난코스라고 하네요. 자전거 신호등까지 따로 설치해 자동차보다 우선적으로 신호를 주는 이용자 중심의 덴마크 자전거 정책에서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