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서류상엔 없는 국내 이주아동 현주소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은유 지음, 창비 펴냄






분명 한국 땅에 살고 있지만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주민 부모가 한국에 머물 자격을 상실했거나 난민 신청에서 탈락하면 그 자녀들은 체류 자격을 잃고 이른바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남게 된다. 이주 관련 단체들은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이 2만명 정도라고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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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논픽션 작가 은유가 만난 미등록 이주아동들과 이주아동의 어머니, 관련 활동가와 지원 변호사 등 총 9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인터뷰에 응한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미등록 이주아동이 됐다. 이른바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민 사이에서 태어났거나, 문제 없이 살다가 아버지가 출국 후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미등록 이주아동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교육권을 보장받으며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지만 온전한 생활을 누리지는 못한다. 본인 명의 휴대전화 개통도 어렵고, 통장 하나 개설할 수 없다. 예매 사이트 회원 가입이 안 돼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도 가지 못한다. 저자는 “공부할 권리는 있지만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기를 쓰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체류자격이 부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다그침을 향해 아이들은 “당신은 왜 한국에서 살고 있나. 우리는 그저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을 뿐”이라고 말할 뿐이다. 1만5,0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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