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것도(아무것도) 바랄 게 없고/ 그냥 그냥 웃고 살지/ 아들딸 걱정할까/ 아플 것도 걱정이여/ 아,/ 팔십 먹은 할매들도/ 치매가 먼저 잘 걸린댜/ 나도 안 아프고/ 영감 따라 후딱(빨리) 가는 게/ 소원이여.’ (100세 할머니의 소원)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거주하는 101세 백성례 할머니는 등단 경력은 전무하지만 자타공인 ‘최고령 시인’이다. 오지에서 살아온 탓에 군청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던 백 할머니는 25일 평생 소원 하나를 풀었다. 이날 완주군청을 방문한 백 할머니는 자신이 쓴 ‘100세 할머니의 기도’라는 시를 액자에 담아 박성일 완주군수에게 선물했다.
박 군수를 만난 백 할머니는 “군청 구경도 하고 시도 써봤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고 군청 관계자는 전했다.
이 시를 비롯해 백 할머니가 쓴 시 5편은 지난 4월 비매품으로 출간한 마을 주민들의 구술 채록 시집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에 수록됐다. ‘맨날 맨날 기도혀요/ 나라가 잘되라고/ 기도허고’라는 내용의 시 ‘100세 할머니의 기도’는 이 시집 가장 첫 부분에 실렸다.
시집 발간으로 할머니는 활력도 되찾았다. 군청의 한 관계자는 “실내에만 계시던 할머니가 시를 쓴 후부터 바깥 활동을 많이 하신다는 동네 주민들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270쪽 시집에는 동상면 4개 리, 17개 마을, 100여 명의 남녀노소 주민들 시 133편이 실려 있다. 어르신들 시가 많지만 다섯 살배기 박채언 양의 ‘우리집 강아지’라는 시도 들어 있다. 박 양은 “우리 집 강아지 미오는/ 안아달라고 멍멍멍/ 우리 집 강아지 딸기는/ 안아달라고 월월월’이라고 썼다.
시집은 박병윤 동상면장이 6개월간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지난해 면장 부임 후 ‘주민 얘기를 써보자’는 제안에 주말마다 가가호호 방문하며 구술 채록한 끝에 완성됐다. 박 면장은 “가슴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직접 담고 싶었다”며 “시집은 오지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는 소중한 동네 자산이어서 더 값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