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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121>최약체의 팬아메리카 시승기

할리데이비슨, 첫 어드벤처 투어러 '팬아메리카' 출시

다카르 완주 류명걸 선수의 소감은…"할리가 작정했다"

류명걸 선수의 팬아메리카 오프로드 주행 영상 맛보기. /할리데이비슨코리아류명걸 선수의 팬아메리카 오프로드 주행 영상 맛보기. /할리데이비슨코리아




할리데이비슨이 어드벤처 투어러를 만들었다, 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모델. 그래서 그만큼 기대감도 높았던 모델, 팬아메리카(Pan America™)가 드디어 정식 출시됐습니다. 그리고 저도 미디어 시승회에 다녀왔죠.

제목에서 짐작하시다시피, 저는 이번 시승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힘든 시승은 없었어효.

진짜 이랬음진짜 이랬음


왜냐면…시승 행사 당일 아침에야 시트고를 확인했기 때문이죠. 시트고가 저에게 적당할 거라고 대충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료를 보니 830~894mm더군요. 팬아메리카는 모델이 ‘스탠다드’와 ‘스페셜' 2종 뿐인데 이렇게 시트고가 차이나는 이유는 ARH(Adaptive Ride Height) 덕분입니다. 바이크 정차 때 차량 높이를 자동으로 낮춰주고, 달릴 때는 설정한 높이로 다시 높이는 놀라운 전자식 서스펜션 시스템이죠. ARH는 스페셜 모델에만 들어가 있습니다. 최저 시트고인 830mm면 탈 수 있으니까, 시승차를 스페셜로만 잡으면 되겠지 싶은 안이한 생각으로 시승하러 갔습니다.

저와 같은 조였던 유명 유튜버님들. 우와~(신기)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저와 같은 조였던 유명 유튜버님들. 우와~(신기)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


정말 철이 없었죠…제일 낮은 시트고로 세팅된 상태에서 바이크에 앉아 사이드스탠드를 올리고 출발해 보려는데, 바이크가 세워지질 않는 겁니다. 아주 무거운 바이크도 아닌데(중량 240~250kg대) 제법 높은 시트고가 더해지니까 너무 어렵더군요. 제 개미같은 근력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고전하는 바이크 최약체.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고전하는 바이크 최약체.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


급기야 현장의 할리맨님들이 도와주러 몰려오셨습니다(감사합니다…ㅠㅠ).할리데이비슨 한남점의 우대용 주임님이 저를 에스코트해 주시기로 해서 간신히 출발을 했죠. 처음 몇 번의 신호대기는 정말 무섭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꿍하는 상상을 열 번은 한 것 같은데, 점점 나아지더군요.

아아 이것은 인간승리였습니다..../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아아 이것은 인간승리였습니다..../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


생각보다 빨리 안정을 되찾은 데는 팬아메리카의 역할이 컸습니다. 예상과 달리 가볍고, 경쾌하고, 날렵했거든요. 좀 전까지 출발조차 어려울 만큼 크게 느껴지는 바이크였는데, 막상 출발하고 났더니 세상 가벼운 느낌. 기존의 할리 프레임을 쓰지 않고, 철제가 아닌 알루미늄 탱크를 얹는 등 경량화와 무게중심 낮추기에 힘쓴 덕분입니다. 원래 할리를 타던 분들께는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핸들링도 원하는 만큼 쓱쓱 돌아가서 유턴도 처음 타는 바이크답지 않게 수월했습니다.

핸들링은 경쾌하지만, 힘과 가속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1,252㏄의 수랭식 V트윈 엔진 ‘레볼루션 맥스’는 150마력을 발휘합니다.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가는데 어느 새 이렇게 빨리 달리고 있었는지 놀랄 정도였습니다. 힘이 좋은 만큼, 엔진열도 뜨겁긴 했지만요.

팬아메리카의 묵직한 엔진.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팬아메리카의 묵직한 엔진.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


팬아메리카의 라이딩 모드는 총 5종(스포츠·로드·레인·오프로드·오프로드 플러스). 저는 오프로드 시승은 (능력이 안 돼서)불참했지만, 온로드에서 로드·스포츠 모드는 체험해 봤습니다. 제일 평범한 ‘로드’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주행감에 야성미가 더해지더군요. 할리스럽지 않은 바이크지만 할리의 함성이 멀리서 들려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라이딩 모드는 저 5종 외에 ‘커스텀’ 모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데, 스탠다드 모델에서는 1종, 스페셜 모델에선 3종의 커스텀까지 저장해둘 수 있다고 합니다.

바이크 업계 언저리에서 깔짝대는 최약체의 시승기, 결론은 ‘그럼에도 쉽고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바이크’라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팬아메리카의 스펙

-토크 : 128Nm / 6750RPM

-마력 : 152PS / 150HP / 112kW @8750rpm

-브레이크 : 브렘보가 새로 개발한 브레이킹 시스템, 방사형 모노블록 4피스톤(30mm) 캘리퍼

-시트고

스페셜 : 848mm(탑승시), 873mm(미탑승시), ARH 적용시 830mm~856mm

스탠다드 : 868mm(탑승시), 894mm(미탑승시)

-연료탱크 용량 : 21.2L

-기타 특이사항 : 데이메이커 LED 조명(코너링 자동 감지→조명 자동 조절로 야간 라이딩에 시야확보 편리), 언덕 밀림 방지. ABS, TCS는 기본.

-가격 : 스탠다드 2,900만원, 스페셜 3,190만원


시승이 끝난 후에는 한국인 최초로 2020 다카르랠리를 완주한 류명걸(저의 인터뷰 기사 클릭)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미리 팬아메리카를 타 본(=한국에서 제일 오래 탄) 류 선수의 한마디 요약은, “할리가 작정하고 만들었구나.”였습니다. 류 선수의 팬아메리카 주행 영상은 ‘사람이 저렇게 탈 수 있다고?’란 경악을 불러일으키더군요. 풀 영상은 여기(링크).

가운데가 류 선수님.가운데가 류 선수님.


류 선수는 이날 행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프로드에선 미끄러지는 정도를 감안해서 바이크를 제어해야 되니까 브레이크가 밀리면 좀 힘들거든요. 할리데이비슨은 일반적으로 브레이크가 조금 밀린다는 느낌이라고 들었어서 조금 의심했는데, 너무 잘 들어서 놀랐어요. 기존 바이크와 비교해도 훨씬 잘 드는 느낌.”

“연료탱크가 너무 크면 오프로드 주행에 방해가 되는데, 팬아메리카는 연료탱크가 높지도 않고 (두께도)넓지 않아서 퍼포먼스 주행에 더 효과적이었어요.”

“남들이 (팬아메리카 어떻냐고)물어보면, 정말 작정하고 만든 바이크니까 꼭 타보라고 말해요. 할리데이비슨을 통해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


이튿날 오프로드 시승은 참여하지 못했지만(능력 無) 나중에 영상, 사진을 보고 구경이라도 할 걸 통탄했습니다. 오프로드에는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저에게도 너무 멋져 보였거든요. 많은 분들이 저의 불참을 아쉬워해주셨습니다. 제가 있어야 그 분들의 실력이 더 돋보일 텐데…저도 아쉬울 뻔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할리데이비슨코리아


할리데이비슨코리아는 팬아메리카 출시를 앞두고 내부 임직원을 선발(소수정예!)해 류 선수의 오프로드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위해 절치부심하며 준비해 왔다고 합니다. 사실 할리데이비슨이 오프로드와 아주 멀찍이 떨어져 있었던 것만도 아닙니다. 1950년대에는 스포스터의 전신인 K시리즈로 더트 트랙을 휩쓸었고, 1970년대에도 XR750으로 그랜드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수 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니까요. “그저 그런 기종을 들고 나올 수 없으니까 5년 이상 준비한 결과물”이라는 팬아메리카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해 봅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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