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한 달 이상 박스권에 머무는 이른바 ‘박스 코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이 장기 침체를 일컫는 ‘스태그네이션’에 진입했다는 주장과 큰손 투자자인 소위 ‘고래’가 비트코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상승할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9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이상 개당 4,000만 원 선 안팎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4,700만 원대 종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한 달 새 3,700만 원대(6월 22일)까지 하락했다. 이어 29일 4,100만 원까지 오르더니 다시 하락해 현재 3,900만 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역시 한 달 동안 220만~270만 원 사이에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 매체 포브스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스태그네이션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CNBC도 8일(현지 시간) “일부 트레이더들은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암호화폐 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 2만 달러 선까지 비트코인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현재 달러화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3만 3,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크레이그 존슨은 CNBC에 “비트코인의 역사를 고려할 때 가격이 더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두 번의 비트코인 주기는 1,000일 정도 지속됐다. 다음 대세 상승장이 오려면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C는 “비트코인이 종종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거론됐지만 올해는 큰 변동성으로 위험 자산이 하락할 때 같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올해는 위험 자산이 가격 변동 시 더 크게 요동친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가격 상승을 점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는 긍정과 부정이 혼재돼 기다림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도 큰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보유 물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상승장이 시작된 뒤 지난달 24일까지 0.1~100비트코인을 보유한 지갑의 총 물량은 695만 개에서 665만 개로 꾸준히 감소했다”며 “반면 100비트코인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지갑 물량은 같은 기간 1,130만 개에서 1,190만 개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고래들은 물량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팍스는 또 자체 분석을 기반으로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가 충분하지 않은 수익 또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히 항복하는 패턴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채굴의 탈중국화 등으로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시장의 정서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일이 발생하면 가격도 오랜 조정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를 현실 세계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암호화폐 상승론의 주된 근거다. 폭스비즈니스는 이날 비자 카드의 블로그 포스팅을 인용해 지난 6개월간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 연계 비자 카드로 10억 달러 규모의 소비가 일어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