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등 전동화에 300억 유로(약 41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수주전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 시간) 화상으로 개최한 ‘EV Day 2021’에서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70% 이상, 미국에서 40% 이상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차량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올 초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합병해 설립됐다. 산하에 피아트·크라이슬러·푸조·시트로엥·지프·닷지·마세라티·램·오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5곳에 투자한다. 2025년까지 13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 용량을, 2030년까지 260GWh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배터리의 중요한 원료인 리튬 공급망에 직접 투자한다.
스텔란티스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BEV-by-design’을 기반으로 총 4개의 전기차 플랫폼을 갖고 있다. 유럽 브랜드에 채택될 ‘STLA 소형’ 플랫폼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500㎞를 목표로 한다. 미국과 유럽 브랜드가 공용으로 사용할 ‘STLA 중형’ 플랫폼은 1회 충전 시 최대 700㎞ 주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밖에 최대 800㎞ 주행이 가능한 ‘STLA 대형’ ‘STLA 프레임’ 플랫폼도 선보일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도입 등 배터리 개발을 통해 내연기관 차량 가격만큼 전기차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스텔란티스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날 ACC와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중국 CATL 등을 배터리 협력 업체로 거론했다. 업계에서는 스텔란티스와의 협력설이 불거졌던 삼성SDI가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물량 수주와 더불어 합작사 설립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텔란티스가 발주하는 배터리가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기차로 전환이 늦은 만큼 아직 미국 자동차 업체와 합작사가 없는 삼성SDI와의 ‘짝짓기’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푸조시트로엥그룹(PSA)과 합병하기 이전부터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였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스텔란티스의 본격적인 도전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3월 약 48조 원을 투자해 오는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해 완전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한다고 선언했다. 2034년부터는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만 내놓는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2030년, 제너럴모터스(GM)와 아우디는 2035년, 도요타는 2040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40년부터 미국·중국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않는다. 기아 역시 2030년 유럽 시장에서 전 차종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선보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