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코로나19에 따른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과 관련해 “또다시 국민들께 더 참고 견뎌내자고 당부드리게 돼 대단히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최근 코로나19를 둘러싼 혼란에 대한 대통령의 뒤늦은 사과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백신 확보 등 구체적 대책이 빠진 채 시민 의식만 강조하는 데 머물렀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백신 인센티브 도입, 거리 두기 완화, 소비 진작책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섣부른 방역 완화 신호를 보냈다. 그래놓고 최근 사흘 연속 신규 확진자가 1,300명을 웃돌자 초고강도 방역으로 급선회했다. 백신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공언과 달리 55~59세 대상의 사전 백신 접종 예약은 이날 보유 물량이 바닥나 반나절 만에 중단됐다. 과학적 근거도 없는 규제를 주먹구구식으로 쏟아내는 방역 행정도 문제다. 헬스장은 러닝머신의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제한하라는 등의 지시에 비상이 걸렸다. 근거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니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마련이다.
정부는 모호한 방역 기준부터 바로잡고 국민들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코로나19 와중에 8,000명의 민주노총 집회를 막지 못한 정부를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잘못된 방역 완화 신호로 국민의 혼란을 부추긴 것과 관련해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등 관련자 문책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사실상 저녁 장사를 하기 어렵게 된 자영업자들은 “더이상 못 버티겠다”면서 14일 차량 항의 시위 등을 예고했다. 지금은 과학적이고 일관된 방역 체계로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절규하는 자영업자 등을 집중 지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