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직장인은 없다. 그해의 성과가 다음 해의 연봉으로 직결되고, 직장 내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조직에서는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이 만연하다. 단기 성과를 좋아 보이게 만드는 숫자 표기의 요령과 꼼수가 난립하며 실제 회사의 이익보다 나의 성과가 더 좋아 보이게 하는 데에 조직원들이 골몰한다.
1885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 기업 하니웰이 그랬다. 단기 성과주의에 빠져 미래 동력을 모두 소진하고 침몰하고 있었다. 회계장부에는 눈속임을 위한 거래가 횡행했고, 유능한 직원들은 스톡옵션만 받고 나면 퇴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거액의 재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비전과 목표는 보여주기식이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하니웰을 제조업의 록스타로 부활시킨 위대한 전략가가 바로 2002년에 CEO로 취임한 데이비드 코트다. 결론부터 말하면 데이비드는 회사의 수익률을 800% 성장시켰고, 시가총액 200억 달러의 회사를 1,200억 달러로 만들었으며, 하니웰을 포춘 선정 ‘가장 존경받는 기업’ 13년 연속 선정되게 만들었다. 하니웰은 현재 우주항공, 자동제어, 특수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루는 엉망인 재정 상태에 대해 한창 얘기를 하다가 CNBC를 틀었다. 해설자가 하니웰을 경영할 능력이 없다며 나를 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중략) 미래에 대한 투자를 무작정 미룰 수도 없었고, 당장 주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로 미래에만 투자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두 가지를 함께 해야 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승리할 준비를 하여야 했던 것이다.”
데이비드 코트의 가장 위대한 성과는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장을 동시에 성공한 것에 있었다.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성장은 상호 배타적으로 보일 뿐이다. “리더인 당신은 동시에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데이비드는 그의 책 <항상 이기는 조직>을 통해 목소리 높인다. ‘절대 멍청이라도 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지 말라고 요구한다.
책에 소개된 멍청이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사례가 충격적이다.
취임 직후 데이비드 회장이 루이지애나에 있는 화학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보여주기 식 “분기 목표 달성” 회의를 없애고 목표치 달성을 돕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를 금지한 후, 공장장에게 이전과 달리 어떻게 달라졌는지 질문을 던졌다.
공장장이 앞쪽 들판을 가리켰다.
“저기가 전부 나무였습니다. 수백 에이커는 되는 숲이었죠. 분기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저는 나무를 베어서 목재로 판매했었습니다. 그 판매가 성사되면 해당 분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목재 판매 아이디어를 낸 것이 창의적이라면서 회사에서 상까지 줬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항상 이기는 조직>은 데이비드 코트가 하니웰이라는 100년 기업이 견고히 지키고 있던 오랜 관성을 부수고 첨단 산업의 첨병으로 새롭게 재탄생하는 10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10가지 원칙을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CEO로 취임하는 순간부터 그가 실제로 행한 실행 계획대로 원칙을 소개하고 있어 매우 구체적이다. 그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건 조직에 만연해 있던 ‘게으른 사고방식’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그를 보고 조직원들은 ‘짜증스러운 큰 곰’이었다고 술회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그 곰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가축을 잡아먹지 않을까 걱정해 곰을 내쫓으려고 했지만, 그가 계속 나타나자 그 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문화 변화는 내가, 그리고 우리 리더십 팀의 구성원이 고집스럽게 매달리자 비로소 일어난 점진적인 과정이었다. 우리는 모두 거기에 전념했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
조직을 바꾸려면 선명한 원칙으로 꾸준히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 원칙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누군가가 당신의 실수를 무기로 삼아 개혁을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명한 원칙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항상 이기는 조직>은 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을 위한 선명한 원칙과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