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부의 리비아 난민 수용소에서 생필품을 얻으려던 여성들이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끔찍한 실태가 드러났다.
비정부기구(NGO) 국제앰네스티는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에 설치된 난민 수용소 실태 보고서를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리비아 트리폴리의 난민 수용소에 구금된 14~50세 남녀 53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시리아 등 다양한 국적자들로 대부분 구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수용소에 구금된 여성들이 물·음식 등 필수품을 얻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간수들로부터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증언했다. 한 여성은 “수용소 간수가 깨끗한 물을 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며 “간수는 이를 거절한 여성에게 총으로 등을 눌러 쓰러뜨린 뒤 군홧발로 허리를 가격하는 등 심하게 구타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임신부들은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 두 명의 젊은 여성은 수용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수용소에 구금된 한 여성은 아픈 아이를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했지만 수용소 측은 거절했다. 결국 아이는 숨졌다.
해당 수용소는 과거 리비아 민병대가 운영했지만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지속 제기되자 지난해부터 리비아 내무부 산하 불법이주방지위원회(DCIM)가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혹한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앰네스티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난민 보트를 단속하며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한다는 지적도 했다. 앰네스티는 올들어 6월까지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단속으로 1만 5,000명이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생존자들은 “해안 경비대가 고의적으로 보트를 망가뜨렸다"며 "어떤 경우에는 배가 전복돼 난민들이 익사하고 있는데도 구조는커녕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엔 리비아 당국 경비선이 난민 보트를 추적하고 경고 사격을 하는 영상이 공개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리비아는 난민들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그리스 등으로 넘어가기 위한 통로다.
한편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리비아와 이탈리아 사이의 지중해 바닷길에서 유럽행 난민 741명이 숨졌다. 이들은 대부분 보트 전복 사고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