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개인투자용 국채에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이미 개인투자용 국채의 보유 기간이 10~20년으로 길어 투자금이 적은 이들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데다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인 종합과세 대상자는 혜택에서 제외돼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개별 주식을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정부는 주식에도 ISA의 비과세 혜택을 확대한다. 올 초 기획재정부가 업무계획에서 예고했던 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26일 기획재정부의 ‘2021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만기 보유했을 때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9%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국고채 발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세제 혜택으로 개인의 국채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분리과세 한도는 1인당 매입금액 연 5,000만원으로 총 2억원까지다. 오는 2024년 말까지 매입하는 경우에 한해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리과세 혜택이 개인의 국채 투자 매력도를 얼마나 높일지는 의문이다. 기존 국채가 1년물, 3년물, 5년물 등 단기물로도 발행되는 것과 달리 개인투자용 국채는 10년, 20년 장기물로 발행된다. 투자 규모가 커 여유 투자금을 가진 이들이 장·단기 관점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인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 혜택에서 제외된다.
김영돈 금융투자협회 채권부장은 “본인 소득이 많거나 임대소득 등으로 소득을 내는 분들은 혜택을 못 받고 그냥 돈을 쌓아놓고 있는 재력가 중에서도 재산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한 분들만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부자 감세 논란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판매 전략상 상품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2023년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 도입에 따라 ISA를 개편한다.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냈을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만 ISA 내 국내 상장주식 또는 공모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하는 금융투자소득은 비과세 대상이다. ISA를 통해 여러 종목에 투자했다면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다. 납입 한도(연 2,000만원, 총 1억원)와 가입 기간(3년 이상)은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
현재 운영 중인 펀드 배당소득에 대한 조세특례 7개는 2023년 금융투자소득 시행 이후 과세체계가 변경되더라도 특례를 유지한다. 다만 현행 비과세·분리과세 혜택보다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했을 때 세액이 더 적은 경우에는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가령 뉴딜 인프라펀드 금융투자소득이 200만원인 경우 분리과세했을 때 세액은 18만원인 반면 금융투자소득 과세 시 세액은 0만원이라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가 올 초 예고했던 주식 장기 보유 인센티브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계좌를 3년 이상 유지했을 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ISA에 개별 주식을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간접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좌 안에 계속 자금이 머물러 주식에 재투자되고 종목 전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좌 단위의 장기 보유 세제 혜택은 합리적”이라면서도 “국민의 재산 형성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비과세 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