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산업계 "탄소중립 시나리오 불가능…경쟁력 추락 불가피" 반발

[2050 탄소중립 탈원전 폭주]

철강 "수소방식 전환 갈 길 멀어"

車 "충전 인프라 등 과제들 산적"

반도체도 "전력수급 불투명" 지적


정부가 5일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기업들은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기업 현장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철강·조선 업계에서는 특히 기업 현실을 무시한 ‘과속 탄소 중립’ 정책에 우리의 주력 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철강 산업은 제철소 용광로를 코크스가 아닌 수소로 돌린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상용화 시기 역시 극히 불투명하다. 일찌감치 연구에 나섰던 독일·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조차 기술 상용화에 20~30여 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로 철강 업체들이 수소 환원 방식의 전기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투자와 매몰 비용은 68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탄소 누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정부 계획 달성을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구축과 전기차 보조금 증가에 따른 재정 확대 등의 과제가 있다”며 “기업이 친환경차를 판매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부품사들의 미래차 전환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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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속내가 복잡하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이 점점 미세해지고 라인 증설 또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서 “반도체는 특성상 전기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도 “원자력·석탄 비중을 10% 미만으로 줄인다고 하는데 정부가 재생에너지 시설을 얼마나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제 단체들도 이날 일제히 정부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향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한동희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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