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도쿄올림픽은 단연 안산, 김제덕, 김희진, 안창림 선수의 발견!(스포츠알못이라 뒷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수들의 멋짐과 극적인 드라마에 중독된 지구용 에디터들...하지만 이 와중에도 본분을 잊지는 않았어요. 올림픽이 지구를 아프게도 한다는 안타까운 사실에 주목했답니다. 아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도쿄올림픽이 내뿜는 탄소, 240만톤
원래 도쿄올림픽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273만톤에 달할 전망이었어요. 그런데 무관중으로 열리는 바람에 240만톤까지 줄어들 거래요. 줄었다고는 해도 밴쿠버,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서 1년 동안 뿜는 수준.
도쿄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경기장이라든가 각종 건설, 리노베이션 사업에서 150만톤 정도의 탄소가 나온대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 관련 인력이 비행기로 날아와서 일본 내에서 이동하는 데도 34만톤 가량이 배출되고요.
다행히 240만톤은 직전 리우올림픽(무려 360만톤), 런던올림픽보다는 적어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510만톤어치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겠다고 했어요. 240만톤의 탄소배출량을 빼고도 한참 상쇄될 만큼 사들인 것. 그래서 ‘역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탄소배출 올림픽’이라고 자평하더라구요. 실제 배출량은 올림픽이 끝나고 발표될 예정.
재사용&재활용은 기본
문제의 ‘골판지 침대’를 포함해 올림픽에 사용되는 물품 99%는 재사용, 재활용 제품이에요. 골판지 침대는 내구성 때문에 말이 많긴 했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봐요. 마침 국내 유일의 종이 가구 회사인 '페이퍼팝'을 찾아가서 캐물어봤어요. (종이가구 내구성 테스트해본 썰)
올림픽 승자들을 위한 시상대는 폐플라스틱으로, 메달은 핸드폰 같은 소형 폐가전제품에서 뽑아낸 금속으로 만들었어요. 일본 각지에서 기증받은 소형 가전으로 메달 5,000개를 제작했다고. 올림픽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65%는 재사용·재활용할 계획이래요.
그리고 7월 23일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성화대는 사상 최초로 수소 연료를 사용! 가스 연료와 달리 탄소 배출이 없어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 성화를 나르는 데 쓰인 토치도 재활용 제품.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이재민들이 묵었던 임시 숙소에서 뽑아낸 알루미늄이에요.
에너지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아요. 메인스타디움인 신국립경기장의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어요. 올림픽 경기장에서 쓰는 전기의 100%를 태양광·바이오연료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 빗물을 받아 재활용할 수 있는 여과시설도 경기장에 설치됐어요.
그리고 올림픽용으로 500여대의 친환경차도 투입했어요. 순수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석유+전기를 함께 쓰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등 종류별로 다양하다는.
도쿄올림픽의 친환경 점수는요
지금까지의 평가는, 반반이에요. 앞으로의 올림픽에 모범이 될 친환경 올림픽이란 평가, 이 정도면 잘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그린워싱(=친환경 흉내만 내는)이란 비판도 들려와요. 예를 들어 올림픽 경기장을 지으려고 인도네시아 열대우림(=과다한 벌채로 몸살 중)에서 나무를 공수해왔다는 점, 탄소배출권을 아무리 사들여도 탄소배출 자체를 막는 것보단 못하다는 점 등이 근거예요.
그래도 이런 노력이 계속되도록 채찍질(!)하고 응원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2024년에 열릴 파리올림픽은 탄소배출량을 150만톤까지 줄이는 게 목표래요. 이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탄소제로 올림픽도 가능하겠죠?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멋진 승부를 기원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