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계란을 살 때 '풀어 키운 닭' 같은 설명을 찾았던 용사님 손! 난각 번호(설명은 아래↓)의 의미를 알고 있는 용사님도 손!
손을 든 용사님들이라면 닭, 돼지, 소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풀어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강 에디터가 충북 제천의 '선한부자농장'에 다녀왔어요. 닭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이어지던 곳.
케이지를 벗어난 닭
선한부자농장은 '룰루랄란'이란 브랜드로 유기농+동물복지 계란을 파는 곳이에요. A4 용지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케이지에 갇혀서 평생 서서 지내는 닭들과 달리, 이 곳의 닭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횃대를 오르내리고 있었어요. 닭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모래 목욕, 먹이 탐색 등의 활동도 물론 가능하고요.
케이지 닭들처럼 발에 기형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로 옆 케이지의 닭을 계속 쪼아댈 일도 없어요. 햇빛도 넉넉하고 충분히 환기가 이뤄지니까 "질병이 퍼질 가능성도 케이지 사육보다 훨씬 낮다"는 정준혁 대표님의 설명.
동물복지 인증, 생각보다 까다롭다구
이리저리 농장을 둘러보고 유기농이 뭔지, 동물복지인증이 뭔지 좀 더 여쭤봤어요.
유기농 인증은 GMO(=유전자변형 곡물)가 아닌, 유기농 사료를 먹일 때만 받을 수 있어요. 동물복지인증은 산란계(=계란을 목적으로 키우는 닭) 농장을 기준으로 1㎡당 어른 닭 9마리 이하(권장사항은 7마리 이하), 닭 7마리당 1개 이상의 산란 공간(=120마리당 1㎡), 횃대, 깔짚, 목욕용 모래 제공, 조명과 환기와 사료, 물 급여까지 조건이 세세하더라고요. 관련 행정 규칙을 찾아보곤 생각보다 까다로운 기준에 놀랄 만큼요.
그 때문인지 국내 전체 산란계 농장 중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의 비율은 15%, 사육 두수로는 겨우 3.2%에 불과해요. 동물복지인증에 유기농인증까지 받은 곳은 더더더더 적고요. "아직까지 수요도, 판로도 마땅치 않아서"라는 정 대표님의 설명. 선한부자농장은 다행히 모든 매장에서 동물복지제품만 팔기로 한 코스트코에 생산량의 90%를 납품중이래요.
그리고 에디터가 선한부자농장을 콕 찍어 찾아간 또 하나의 이유! 지구를 위해 골판지, 종이 충전재, 테이프 대신 크라프트지를 써서 택배를 부치세요
1번 계란, 무조건 믿고 산다?
그리고 지구 용사로서, 소비자로서 알아둬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 난각번호 1, 2번이라고 무조건 믿을 수는 없대요. 정 대표님은 "유기농, 동물복지 계란이면서도 가격이 너무 싸서 찾아보면 3분의 2 정도는 가짜인 경우"라고 설명하셨어요.
난각번호는 1번인데 동물복지인증 농장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동물복지인증은 농식품부, 난각번호는 식약처에서 주관하는 탓"이라는 설명을 들었어요. 실사 없이 서류로만 야외방사장 유무와 농장 평수+사육수를 확인하고 1번을 내주기도 한대요.
그럼 대체 뭘 보고 계란을 골라야 되냐구요? 다행히 답이 있어요.
판매 정보에서 유기농인증번호, 동물복지인증번호가 아래 예시처럼 잘 공개돼 있는지 확인하면 된대요. 인증번호도 없이 말로만 유기농, 동물복지라면 패스.
정 대표님은 "동물복지가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다만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거짓말이나 과장이 섞이면 안 되겠죠"라고 하셨어요.
이제 마지막 문제. 아무리 동물복지라 해도 결국 동물 착취가 없을 수는 없어요. 아직 비건도 아닌, '비건 지향'인 생강 에디터 입장에선 참 찔리고 종종 부끄러워지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세상 모두가 한꺼번에 완벽한 비건이 될 수 없다면, 동물복지농장 같은 대안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이 올 때까지, 용사님들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