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생활에서는 인간의 감정이나 지각 심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이런 기능이 방해가 됩니다. 인간에는 주식 투자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주식심리학 강의를 여는 오성주(사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주식투자에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르치는 강의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주식 투자에서 왜 대부분의 사람이 필패할 수 밖에 없는지'를 전달하는 강의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난 해 난생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본인이 ‘주린이’여서 손실을 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항공주와 바이오주를 사고 팔면서 손해를 봤다. 분봉 차트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지각 체계 때문이라는 게 심리학자로서 그의 생각이다.
“주식을 매매할 때는 감각이나 지각이 의식을 압도해버립니다. 차트는 보자마자 생기는 감각과 그 이후 벌어지는 동작(매매 혹은 매도) 사이에는 인간의 지각 체계가 작동합니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감정을 배제하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간에 감정은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소중한 사람과 싸우고 나면 분노, 실망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들면서도 결국 후회, 미안함, 고마움 등이 발현돼 재빨리 관계 회복에 나선다”며 “그 기저에는 조급한 심리가 작동하는데 이런 조급함은 실세계에서 중요한 기능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큰 손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간의 지각 체계는 물리 세계를 기반으로 생존을 위해 발달하고 구조화됐는데 주식 시장은 물리 세계의 법칙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면서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한다. 오 교수는 “자동차나 공이 움직이는 방향을 인지하고 이에 맞춰 인간은 행동하게끔 설계돼 있다”며 “그러나 주식시장의 차트의 움직임은 자동차나 공의 움직임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생활은 물론이고 심지어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도 물리 법칙이 반영돼 있지만 주식의 분봉 차트는 물리학과 관련이 없다”며 “물리학이 지배하는 세계에 우리의 지각 체계는 완전히 굳어져 있기 때문에 분봉 차트가 올라가면 자기도 모르게 매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생활에서는 이런 대응이 맞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오를 때 사고, 하락할 때 팔면 손해가 반복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투자에 성공하려면 수 년 간 지각 체계를 고도의 훈련으로 단련시키야 한다는 게 오 교수의 견해다. 그는 “초현실 주의나 추상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수 년 간 교육을 받듯이 차트를 이용한 매매를 하려면 최소 몇 년 이상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다운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오 교수는 “요즘 젊은 이들이 주식과 코인 ‘빚투’에 뛰어 들고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강의를 열게 됐다”며 “돈은 땀 흘려 벌어야 하는 게 맞지만 한국 사회는 ‘베팅’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 역시 강의를 통해 논의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