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 만 곳에서 '무제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해 인기를 얻던 '머지포인트'가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이 상황을 모르는 자영업자들을 골라 대량 결제를 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 '폭탄 돌리기' 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이 일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동네 사장님들에게 머지포인트 조심하라고 알려주자"는 선행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13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모바일 결제 서비스 머지포인트는 '2년 반 넘게 미등록 영업'을 했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따라 포인트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또 지난 6월 기준으로 6만여 개 가맹점에서 제공하던 무제한 할인 서비스를 당분간 '음식점업'에 한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머지포인트 측은 고객이 원할 경우 순차적으로 90%를 환불해주겠다고 공지했지만 시기를 못 박지 않아 이용자 수 백 명이 서울 영등포구 본사를 찾아 항의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일부 이용자들은 남아있는 머지포인트를 털어내겠다며 몇몇 음식점에서 대량 구매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이 상황을 모르는 자영업자들에게 많게는 수 십 만원 어치의 음식을 결제한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릉의 한 샌드위치 집에서 남은 포인트를 다 썼다"며 "앞에 있는 어떤 분은 20만원 가까이 긁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자영업자 '폭탄 돌리기'에 반발해 일부 네티즌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사장님들에게 머지포인트 결제를 조심하라고 알려드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머지포인트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니 결제시 유의하라는 전언이다.
한 여초 커뮤니티에는 "자영업자분들에게 전화 돌리는 게시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머지포인트에 올라와 있는 가게 상호와 연락처를 공유하고 전화해 현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해당 글에는 수 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서는 "결제 받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영업 방해로 고소될 수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라"는 꿀팁도 공유됐다.
전화를 받은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네티즌은 "어떤 사장님은 새벽 4시부터 100만원 어치 음식을 만들어서 직접 배달했다고 한다"며 "알려줘서 너무 고마운데 허무하다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일면서 머지포인트를 쓴 몇몇 네티즌들은 "죄송하다"는 사과문과 함께 재결제 영수증 인증글을 올리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빵집에서 포인트 15만원을 썼다는 A 씨는 "해당 지점에 방문해서 포인트 결제를 취소하고 신용카드로 다시 계산했다"며 "얼른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고 글을 올렸다.
머지플러스는 2017년 머지홀딩스를 설립한 뒤 2018년부터 머지포인트 플랫폼을 오픈해 상품권을 팔아 가파르게 성장한 기업이다. 지난 3월엔 주요 이커머스·유통사 등과 제휴를 맺으면서 월간 거래액도 4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우선 머지플러스 측의 대응 및 진행 사황을 모니터링하고, 관계 기관 등과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불법행위가 없을 경우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를 전자금융업자로 등록시켜 정상적인 영업을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