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혼란 속 탈출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아프간의 새 통치 체제 발표가 임박하면서 탈레반의 공포정치를 경험한 이들이 정권 이양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아프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현지인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집계조차 되지 않는 탈출 인파를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독일 외무부는 18일(현지 시간)의 카불 공항 상황을 ‘혼돈’으로 묘사하면서 이날 첫 아프간 철수기는 7명만 탑승한 채 겨우 출발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발포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이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 잘랄라바드에서 아프간 국기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최소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전날에는 부르카(얼굴까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 등 전국을 완전히 점령한 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정부도 개방적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다짐한 것과 달리 잔혹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따른 후폭풍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16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46%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했다. 이는 13일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 53%와 비교해 7%포인트나 떨어진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 결정을 서두르면서 현지인뿐 아니라 자국민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