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알리바바에 엮인 죄?…中 관영 매체 “항저우 조사는 '공동 부유' 사전정지 작업”

“저우장융은 부패한 호랑이…다른 도시에도 사례가 될 것” 주장

저우장융 항저우시 공산당위원회 서기. /글로벌타임스저우장융 항저우시 공산당위원회 서기. /글로벌타임스




중국 저장성 성도 항저우시의 저우장융 시 공산당 서기에 대한 공격이 시진핑이 제창한 ‘공동 부유’ 추진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이라고 관영매체가 주장하고 나섰다. 시진핑 정책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거나 반대파와 관련된 지역 관리들에 대한 경고라는 것이다.



2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항저우의 ’부패한 호랑이‘ 사례는 부유한 지역에 대한 경고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앞서 저우장융 항저우시 공산당 위원회 서기 겸 저장성 당 위원회 상무위원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의 기율 심사와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확인하면서 이것이 단순히 저우 개인 차원의 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저우장융 사건은) 다른 부유한 도시들에도 사례가 될 것”이라며 “부패에 성역을 없다는 중국 반부패 캠페인의 원칙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어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중앙기율위가 저우장융의 구체적인 혐의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는데 글로벌타임스는 “저우장용이 심각한 법과 당 규율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마윈과 알리바바의 본거지인 도시(항저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저우장융 사건은 저장성이라는 중국에서 가장 경제가 발달된 도시라는 측면과 함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알리바바는 지난 1999년 설립된 후 줄곧 항저우와 저장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저장성 내 관리들 가운데 알리바바와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시진핑도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저장성 당 부서기와 서기로 성도 항저우에 머물렀었다. 지금은 탄압을 받는 알리바바 조차도 시진핑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은 과거 마윈 등의 인터뷰에서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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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가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아오는 가운데 저장성 관리들과의 관계도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경제매체 차이징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저우장융 일가가 작년 11월 한 핀테크 회사의 상장 직전 5억 위안(약 9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 회사의 상장이 돌연 취소되자 5억2,000만 위안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용상 이는 명백히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저우장융이 알리바바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부터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이 상장 계획을 승인받는 이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면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관료들의 존재 여부와 마윈과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4월 보도한 바 있다.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이와 함께 저장성이 지난 6월 중국 공산당이 첫 지정한 ‘공동 부유 시범구’였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7일 중앙재경위원회에서 ‘공동 부유’를 새로은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이전부터 관련 내용을 추진했었다. 앞서 2019년 광둥성 선전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先行) 시범구’로 지정돼 있다. 이들은 이전까지의 ‘경제특구’ ‘자유무역 시범구’와는 궤를 달리하는 곳이다. 자본주의 경제 발전보다는 사회주의적인 성격을 더 강조했다는 의미에서다.

부자 증세 등 부유층과 기업들을 타깃으로 분명히 한 공동 부유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선진지역인 항저우를 겨냥하면서 경고를 발령한 셈이다. 중앙기율위는 23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항저우시 감찰 당국이 정부와 기업 간의 깨끗한 관계 관리 차원에서 시 전체의 주요 간부를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2만5,000여명의 항저우시 전·현직 간부들은 본인은 물론 배우자, 자녀, 자녀의 배우자를 포함해 직무와 이해 충돌이 있는 행위를 한 적이 없는지를 스스로 조사해 3개월 안에 결과를 감찰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마윈의 쓴소리로 시작된 알리바바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해 기업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산당과 시진핑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에 대항할 세력으로 자본가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경제성장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일단 체제 안정부터 다지겠다는 의지로 최근의 ‘홍색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공동 부유’는 결국 중국내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불평들을 일부 부유층, 즉 기업 자본가들에게 돌리겠다는 핑계와 다름아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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