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法生2막] "산업재해는 예방이 중요…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고쳐야"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진폐증 진단하던 직업환경의서

고용부 국장 거친 산재 베테랑

의료·산재 소송 변호사로 새 길

직업환경전문의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국장 출신인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법무법인 로고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직업환경전문의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국장 출신인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법무법인 로고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은 대표이사에게 관리 의무는 물론 책임까지 묻는 법안입니다. 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적절하게 판단했는지 수사기관이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만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보건 전문 조직을 두는 등 대비가 필요합니다.”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53·사법연수원 36기)는 지난 달 25일 서울경제와 만나 “산업 재해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구축 등 철저히 방안을 마련해야 산업 현장 안전은 물론 회사 경영에도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소(안전) 잃기 전 외양간(회사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박 변호사가 지난 21년간 ‘산업재해 전문가’로 현장을 뛰면서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가 산업 재해 분야에 첫 발을 디딘 건 의과대학 졸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로서 진로를 선택하는 시기에 그의 눈을 사로잡은 건 신설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과정이었다. 이는 직업이나 환경 영향에 따라 발병할 수 있는 정신·신체적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당시만 해도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미개척지와 같았다. 특히 그는 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질병이 생기기 전의 원인을 차단하는 직업환경의학에 큰 매력을 느꼈다.박 변호사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대표적인 산재인 ‘진폐증’을 다루기도 했다”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역동적인 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당시 선택을 회상했다.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나 환자 치료에 집중하다보니, 박 변호사의 관심은 자연히 병원 밖 세상으로 향했다. 의료·산재 소송에서 변호사와 노무사에게 자주 자문을 해준 게 그가 변호사라는 새 길을 걷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박 변호사는 “아무래도 변호사나 노무사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내가 직접 소송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고 말했다. 관심이 결심으로 바뀌면서 2001년 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 사법시험을 도전했고, 최종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걸게 된 것이다. 특히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법률사무소 의연에서 의료사고, 산업재해, 환경소송 등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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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변호사로서 전문성은 산재사고 및 의료사고 소송을 대리하는 든든한 자산이 됐다.당시 삼성 반도체 직업병 소송단장을 맡아 삼성을 상대로 백혈병 산재 인정을 받아냈다. 대학원 석사 시절 벤젠, 미세분진 등 독성물질을 연구한 게 밑거름이 됐다.

박 변호사는 “벤젠과 백혈병의 인과성에 대한 내용이 담긴 의학 논문들이 주요 증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직업환경전문의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국장 출신인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직업환경전문의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국장 출신인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10년 넘게 산업재해 소송을 맡은 전문성은 그가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으로 일하게 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당시 ‘산재 장관’을 표방했던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 눈에 박 변호사가 포착됐고, 지난 2018년 2월 외부 특채로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에 선임됐다. 외부 인사가 해당 직위에 오른 건 박 변호사가 처음이었다. 이후 굵직한 일들이 터지면서 말 그대로 ‘1분, 1초를 아껴야 하는’ 업무가 이어졌다. 30년만에 이뤄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작업이 대표적 사례다. 또 38명이 사망한 이천 화재 등 산업 재해 현장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박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을 맞춰 신설된 율촌중대재해센터의 센터장으로 합류하며 법생 2막을 열었다. 율촌 중대재해센터장으로서 그간의 ‘산재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한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세운 목표다. 경영계 화두가 된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 사망사고 발생 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에게 산업현장 사망사고 예방의무를 부과했다. 책임 주체와 범위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의 비판이 끝없이 이어지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결국 컴플라이언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대표이사에게 ‘평소 중대재해처벌법이 부과하는 의무를 다했는지’를 묻는 만큼 대표이사의 안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회사의 매출이나 동종 업계의 평균적인 안전투자비용을 검토해서, 회사의 상황에 맞는 적정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그에 대한 근거와 시스템을 갖추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적인 측면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한 절차 및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업환경전문의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국장 출신인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직업환경전문의이자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국장 출신인 박영만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승현 기자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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