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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D.P.'(디피) 한준희 감독 "더 깊이 갈수록 아이러니한 세계였다"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군대는 사회 축소판입니다. 인간 사이의 관계나 거기서 생기는 여러 갈등에 대해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있는 것이 사회니까. 그런 모습을 통해 군대 없는 시청자도 공감하고, 특히 징병제 국가 시청자들은 복잡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난달 27일 넷플릭스에 ‘D.P.’가 등장하자마자 각계각층, 여러 나라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지독한 현실감, 그로인한 사회 고발.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이야기로 머리를 때리고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준희 감독은 작품의 인기 요인을 갈등으로 꼽았다. ‘D.P.’는 병사들 사이의 악폐습 외에도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기싸움,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축소하려는 지휘관의 의도, 아직 온전히 성숙하지 못한 20대 청춘을 둘러싼 사회의 냉담한 현실 등 다양한 갈등요소들이 짜임새 있게 그려졌다.

“시리즈로 만들자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원작의 깊고 날 서있는 부분을 유지하되 조금 더 보편적으로 가져가야 영상화하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원작을 보며 좋아했던 장면들을 영상화 했을 때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이런 생각에 웹툰 ‘D.P 개의 날’에서 부제 격인 ‘개의 날’을 뺐다. 조금 더 귀에 박히는 제목을 정하고 6편 각각 부제를 달았다.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어떤 상징을 보여줄지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 오와 열에 맞춰 경례하는 입대자원들 사이에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안준호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작가가 DP 출신이라 조사는 크게 필요하지 않았고, 단역배우와 매니저들 중 DP 출신도 있어서 취재도 용이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가서 잡아오는 것이었죠. 더 깊이 갈수록 아이러니하고, 무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본질적으로 아이러니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예민한 소재이다 보니 실제 상황을 얼마나 묘사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려 했어요. 마지막까지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습니다. 휴대폰도 지급되고 동기 생활관도 생기고, 분명 좋아지는 부분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아졌어야 하고요. 꼭 고발적인 메시지만 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존재 이유는 보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예민한 이야기 속에서 안준호를 연기한 정해인과 한호열을 연기한 구교환의 호흡은 절묘했다.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절묘한 호흡으로 긴장과 웃음을 반복해 이어갔다.

“정해인의 이번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안준호는 모든 회차에 나왔는데 자신의 역할이 보여지는 모습도 있지만, 다른 배우들을 위해 깔아주는 부분도 많아야 해서 내공이 중요했습니다. 정해인은 분명 지금 연배보다 깊은 내공을 보여줬고, 현장에서도 많은 선후배를 잘 챙겼습니다.”

“구교환은 대중에 아직 생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안 생소한 것 같은데….(웃음) 단편영화를 만들며 13년 전부터 알던 사이에요. 언젠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여러 가지 목표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작품에서 전체적인 리딩 롤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작품에는 안준호의 머리가 되는 선임, 그가 소년 같은 인물이라면 성년이 된 인물이 필요하다며 세팅했고 작가도 좋아하며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후반부를 휩쓰는 조석봉 역의 조현철과 군필 남성들의 PTSD를 끌어올린 황장수 역의 신승호에 대한 칭찬도 아낌없이 표현햇다.

“조현철 배우는 생각보다 장고 끝에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평소 과묵한 편인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하더라고요. 안 한다고 하면 역할을 바꿔야 하나 생각도 했는데 두 번 설득한 끝에 캐스팅했습니다. 그래서 다채로운 결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오디션을 가장 많이 본 캐릭터가 황장수였는데 연출부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확신을 갖고자 했습니다. 신승호 배우는 연기 오디션 말고도 많은 대화를 했어요. 실제로는 세상 착한 친구인데 운동을 하면서 겪은 부분이 있었고, 군대는 아직 가지 않았지만 피지컬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죠. 배우 인생의 대표작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앞서 정해인은 인터뷰에서 김보통 작가가 시즌2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중이라고 밝혀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햇다.

“작가님과 제작사 분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어요. 어떤 작품이든 뒷이야기나 전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는 늘 있는 법이니까요. 더 많은 시청자가 봐주시면 그런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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