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노조 동지분들 때문에 A씨가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
지난달 30일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김포 택배대리점주 사건과 관련해 택배노조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택배노조가 점주의 대리점을 뺏으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대화가 알려져 논란이다. 노조의 한 임원은 ‘여기 계시는 노조 동지분들 때문에 A씨가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라고 썼고, 노조원은 ‘A씨는 보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할 듯합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라는 답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리점을 먹어보자거나 욕설을 한 대화글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대화는 모두 노조원들만 있는 대화방에만 게재된 내용이다. 노조가 A씨의 대리점을 차지하려 했다면 입찰에 참여했을텐데 그런 정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거친 대화 내용을 올린 것이지 이를 직접적으로 A씨에게 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택배차량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연합뉴스택배노조와 택배대리점연합회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A씨에게 폭언·욕설 등을 한 사실이 없고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A씨의 극단적 선택이 개인 채무 문제와 CJ대한통운의 대리점 포기 요구 때문인데 왜 책임을 노조에 돌렸는가라며 반문했다. A씨가 참여한 SNS 대화방에서 일부 조합원이 A씨를 조롱한 것에 대해서는 배송 거부 등 노조원의 정당한 쟁의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리점연합회는 “A씨가 유서에 노조를 지목해 적은 것은 대화창에 욕설하고 압박하는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한 원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의 배송 거부는 명백한 계약위반”이라며 “유족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3일 강원도 한 대리점의 김포 택배대리점주 추모 현수막 밑에 배송거부 택배가 놓여 있다./연합뉴스지난 3일에는 대리점주들 사이에 강원도의 한 대리점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이 사진을 보면 건물 외벽에 걸린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 추모 현수막 밑에 배송 거부 택배 상자 5개가 놓여 있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고의로 이 상자들을 현수막 밑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택배노조는 “노조원들이 상자를 가져다 놓지 않았다”며 “대리점연합회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고의로 해당 상자들을 가져다 놓고 사진을 유포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포 택배대리점주 A씨는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을 거뒀다. 그는 유서에서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