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델타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주요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가 적절하다”고 밝히면서 하락했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대로 십중팔구는 올해 테이퍼링 개시라는데 중심을 둬야 하지만 테이퍼링이 미뤄지는 김에 아예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소개해드린 바 있는데요. 오늘 뉴욕 연은 총재의 말을 보면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판단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해 개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발언은 23만5,000개 증가에 그친 8월 고용보고서 이후에 나온 거라 의미가 있는데요. 어제 전반적으로 다뤘지만 새로운 내용이 나온 만큼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전날 ‘3분 월스트리트’ 후속편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기사를 안 보셨던 분들은 ‘좁아지는 테이퍼링 창…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23.5만 고용보고서에도 “올해 테이퍼링 개시”…줄기는 안 바뀌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과 함께 연준의 정책방향을 이끄는 지도부 가운데 한 명입니다. 특히 뉴욕 연은은 시장 공개조작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3인의 발언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제가 예상한 대로 경제가 지속해서 개선된다면 올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기준이 분명히 충족됐지만 최대고용 달성을 위한 실질적 추가 진전에는 좀 더 진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나올 노동시장 자료와 그것이 경제전망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델타변이의 영향을 주의깊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는 지난 달 말에 있었던 파월 의장의 발언과 거의 똑같습니다. 중요한 건 그 사이에 8월 고용보고서가 있었다는 점인데요. 윌리엄스 총재는 당연히 이를 봤을테고 그럼에도 고용지표가 한두 번 더 좋으면 올해 예정대로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죠.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8월 고용보고서 이후 혼란스러운 시장을 정리한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노동시장 자료와 델타변이를 주의깊게 본다고 했으니 테이퍼링 개시가 늦어질 순 있지만 “그렇게 많이는 아니야”라며 경각심을 준 것이죠. 어제 설명드린 대로 테이퍼링을 향한 창은 좁아지기도 하지만 다시 넒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파월 의장과 윌리엄스 총재의 말처럼 연내 테이퍼링 개시에 무게를 두면서 추가 데이터를 살피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앞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 역시 어제 말씀드린 노동시장 문제는 공급문제(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 때문이라는 겁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다운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테이퍼링의 연내 개시라는 큰 줄기는 바뀌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연준의 임무, 경기회복지원이냐 인플레이션 대응이냐…베이지북에 나타난 인플레 우려
연준이 어쨌든 올해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께 끝내려고 하는 데는 인플레이션과 집값 우려 등이 작용한다고 보면 되는데요.
오늘 나온 연준의 베이지북에서도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경제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지고 있다면서도 물가상승 속도는 커졌지만 안정된 상태라고 했는데요. 12개 지역의 연은 가운데 6곳은 물가상승압력이 ‘강하다(strong)’라고 했지만 나머지는 ‘완만하다(moderate)’라고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원자재 부족에 가격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이어졌다”며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많은 기업들이 주요 물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는데요. 기업들이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각종 상여금과 임금인상, 유연한 근무방식을 제공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베이지북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임금인상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고 평가했는데요.
현재 월가에서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연준이 경기회복 지원을 계속해야 하느냐 아니면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느냐입니다. 경기회복 지원(고용)에 중점을 두면 지금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것이고 물가상승을 걱정하면 긴축으로 돌아서야 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연준이 당장 인플레 방어에 나서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어를 위한 보험은 들어 두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로금리로 경기지원은 하면서 테이퍼링을 끝내두면 언제든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와의 전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연준 내부적으로는 인플레에 대한 압력이 크고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듯합니다. 마켓워치는 “연준은 경기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백악관이나 시장이 지속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파월 의장이 곧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 “일시적이라는 의미 2년은 돼야”…“연준 예상치 너무 낮다”
지금까지의 월가의 분석은 인플레가 잦아들기 시작하고 있고, 신차 가격 수준으로 오른 중고차 가격은 내년에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도 상당 수 월가 인사들이 가을을 지나면서 점점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내년 이후 연준의 정책목표인 2%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보는데요.
물론 월세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포함해 인플레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다시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느낌상 뭔가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말대로 인플레가 일시적이려면 일시적이라는 의미가 2년은 돼야 한다는 말이 돕니다. 상식적으로 고물가가 2년이나 가는데 일시적이라고 하면 납득이 안 되겠죠. 하지만 길게 보고 결과적으로 내려가지 않느냐는 쪽을 중시한다면 일시적(?)이라고 강변할 수는 있을 겁니다.
통화정책 전문가인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올해 미국의 인플레 급등은 분명한 원인이 있다”며 “반도체 공급부족과 항만대란 같은 실질적 요인이 있으며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어 “지금의 공급충격과 인플레 영향이 연준이 보는 것처럼 몇 달 만 지속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다. 인플레가 2% 수준으로 내려오는 데는 1~2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제는 살아움직입니다. 이날 아우레우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카렌 파이어스톤은 증시를 두고 “투자자들이 약간 방향을 잃고 있다”고 했는데요. 경제지표와 이벤트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시장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시장을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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