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임명했다. 노조 추천 이사가 나온 것은 금융권은 물론 공공 기관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수은은 동시에 사외이사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사측이 추천한 인사도 추가로 선임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날 이재민(사진) 해양금융연구소 대표와 윤태호(사시 34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수은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수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노조 측이 추천한 이 대표와 사측이 추천한 윤 변호사를 최종 후보로 올렸고 같은 날 방문규 수은 행장이 제청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임명 절차를 거쳤다.
이사회에서 공석은 5월 31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나명현 사외이사 한 자리였으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1명을 늘리기로 노사가 합의했고 기재부가 이를 승인했다. 수은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3명(행장·전무이사·상임이사), 사외이사 3명에서 사내 3명, 사외 4명 등 총 7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 대표는 수은에서 선박금융부장·수출금융본부장·무역투자금융본부장 등을 역임한 내부 출신이자 선박금융 전문가다. 2011년 7월 수은에서 퇴직한 뒤 한국해양대에서 선박금융학 교수를 지냈다.
사측 추천으로 사외이사에 임명된 윤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후 2010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했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임명된 것은 금융권은 물론 공공 기관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기관에서 노동자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100대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다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노조는 법 개정 없이 도입 가능한 노조추천이사제를 요구해왔다.
수은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함에 따라 금융 공공 기관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IBK기업은행은 사외이사 4명 중 2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기은은 앞서 두 차례 노조 추천 이사 임명을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기은 사외이사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