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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에서 '갓겜'으로... 1주년 원신이 한국 게임계에 주는 교훈


‘짝퉁’으로 비하받던 중국 게임 ‘원신’이 출시 1년을 맞는다. 출시 초기 벌어졌던 표절 논란은 높은 완성도에 밀려 사실상 사라졌고, 매출은 글로벌 최상단을 유지 중이다.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게임계에서도 ‘원신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원신 2.1 버전 배너. 원신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미호요원신 2.1 버전 배너. 원신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미호요





2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지난 1일 실시한 2.1버전 업데이트 후 7일만에 약 1억510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하루 평균 260억 원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에서 하루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게임은 엔씨소프트(NC)의 리니지M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정도로, 두 게임은 가장 주목도가 높은 시점인 출시 직후에 하루 100억 원을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원신은 지난해 9월 28일 글로벌 출시한 게임으로, 출시 1주년을 맞아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원신은 제작 초기부터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야생의 숨결)’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 카툰렌더링(만화처럼 표현한 그래픽)을 적용한 세상을 자유롭게 모험하는 점과, 캐릭터의 움직임 등이 유사한 탓이다. 원신 제작사 미호요는 야생의 숨결이 아트웍과 발상에 끼친 영향을 부정하지 않았다. 도리어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같은 게임은 아니다”라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출시 후 시간이 지나며 미호요의 자신감은 인정 받기 시작했다. ‘외향’은 같더라도 게임의 틀이 다르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대로 베끼는 것’도 결코 쉬운일이 아닌데, 원신은 ‘짝퉁’이라 비하하기엔 너무나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며 “전투와 조합, 성장방식과 스토리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둬 논란을 걷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신은 출시 이후 꾸준한 흥행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출시 2주만에 매출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넘어섰고, 3달째에는 17억 달러(약 2조 원)를 넘겼다.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지난해 매출이 3조 원임에 미뤄볼 때 그 파괴력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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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은 과도한 과금 요소로 비판받는 국산 게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높은 매출을 뽑아내고 있다. ‘뽑기’가 주 수익원인 점은 같다. 최고급인 5성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0.6%로 매우 낮다. 그러나 ‘경쟁’을 촉발해 더 많은 뽑기를 유도하는 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달리, 원신은 이렇다할 경쟁 요소가 없다. 경쟁요소가 없다보니, 5성 캐릭터 없이도 게임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기존 팬층이 없는 신규 지식재산권(IP)이기도 하다. 원신은 경쟁도, IP도 없이 이용자들이 스스로 돈을 써 캐릭터와 무기를 뽑도록 만들고 있다.

원신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이 이를 가능케 한다. 미호요는 이용자들에게 원신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살아 숨쉬는 듯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규 캐릭터를 출시할 때마다 게임 스토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를 소개하고,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용자가 새 캐릭터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스토리 중심의 진행 방식도 ‘세계’에 대한 애정을 높인다. 원신은 온라인 게임이지만 싱글플레이 역할수행게임(RPG)처럼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야기와 등장 캐릭터는 성장을 위한 ‘곁가지’로 치부되는 최근 국산 MMORPG와의 결정적인 차별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표 IP인 ‘리니지’는 매력적인 원작 만화가 있지만, 등장인물인 ‘데포로쥬 왕자’와 ‘반왕 켄 라우헬’의 갈등에 관심을 갖는 이용자는 극히 드물다”며 “원신은 신규 IP임에도 이용자들을 캐릭터와 세계의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원신 초기 캐릭터. 미호요는 꾸준한 캐릭터 추가로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사진제공=미호요원신 초기 캐릭터. 미호요는 꾸준한 캐릭터 추가로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사진제공=미호요


미호요의 운영과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 또한 국산 게임과의 차별점이다. 미호요는 원신 출시와 함께 6주에 한 번씩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1주년을 눈 앞에 둔 현재까지 단 한번도 업데이트 일정을 미루지 않았다. 촉박한 일정에도 중대한 버그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원신이 PC·모바일·콘솔 3가지 기종으로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미호요의 칼 같은 업데이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서비스 중인 게임이 모든 언어에 현지화를 마치고, 3개 플랫폼에 동일한 업데이트를 문제 없이 1년간, 미리 예고한 시점에 적용했다”며 “온라인 게임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운영’ 관점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증거”라고 했다.

원신의 성공 방식은 한국 게임계에도 경고음을 울린다. 한국 게임업계는 연초 확률조작논란, 운영 미숙으로 인한 불매운동을 겪었다. 최근에는 타 IP에 기존 과금체계를 무리하게 적용해 실패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뽑기’형 수익구조라도 이용자들을 어떻게 납득시키느냐에 따라 반응과 성과가 갈린다는 예”라며 “어떻게 돈을 버느냐 이전에, 얼마나 매력적인 세계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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