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백인여성 실종에 난리난 美언론…유색인종이었다면?

"인종차별" 보도 불균형 논란 불거져

22세의 여행 블로거였던 개비 페티토의 임시 추모 공간 /로이터연합뉴스22세의 여행 블로거였던 개비 페티토의 임시 추모 공간 /로이터연합뉴스




약혼자와 여행을 떠났다가 숨진 채 발견된 20대 백인 여성의 실종 사건을 두고 미국 언론이 대서특필하자 인종 차별적 보도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월 여행 인플루언서인 백인 여성 개비 페티토(22)는 약혼자인 브라이언 론드리(23)와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그녀는 지난달 27일 부모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페티토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동쪽 캠핑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초기부터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보도 경쟁이 이어졌다. ABC 등 지상파 방송은 황금시간대에 이 사건 뉴스를 배치했고, 지난 7일 동안 CNN 방송은 346차례, 폭스뉴스는 398차례 사건 경과를 보도했다. 퍼티토가 살해됐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린 뒤에는 WP, NYT, ABC, CBS, NBC, CNN, 폭스 등 거의 모든 언론이 속보를 내보내고 헤드라인으로 이 소식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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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보디캠에 포착된 페티토. / AFP연합뉴스경찰의 보디캠에 포착된 페티토. / AFP연합뉴스


이러한 경쟁적인 보도에 페티토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과 별개로 ‘유색 인종 여성의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두고 보도를 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러한 백인 여성의 실종과 사망을 둘러싼 언론매체의 경쟁적인 반응을 두고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이라며 불균형한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페티토 시신이 발견된 와이오밍주에선 2011~2020년 인디언 원주민 710명이 실종됐고 이 중 57%가 여성이었으나 퍼티토 사건만큼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칼럼을 통해 “모든 실종자는 평등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도대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실종자, 시신의 가치를 부여하느냐”며 “왜 미국사회는 미국 원주민?흑인?히스패닉 여성이 실종되면 동등하게 관심을 갖지 않느냐”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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