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추석 연휴를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시간을 함께 한 가족 혹은 엄마에 대한 여운이 가슴 한쪽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박현 작가의 에세이 <나이가 들어도 엄마는 예쁘네>다.
이 책은 박현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유년기를 거쳐 서른이 넘은 지금이 되기까지 엄마와 함께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우리가 책을 읽는 순간 ‘나와 엄마’의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그것은 아마도 엄마와 자식 간에 웃고 울며 때로는 마음 뭉클해지는 순간들이 여느 가정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을 잊고 산 지가 이제 얼추 30년이 넘어가는데, 이제는 엄마가 ‘엄마’ 대신 엄마의 ‘이름’으로 뭔가 일을 해봤으면 한다. - 본문 中 -
결혼해 어느 순간 엄마가 되는 이들은 자식이 전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 자식이 자라 성인이 되면 더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많아진다. 그 공허함이란 경험한 이들만이 알 것이다. 자식들은 엄마의 사랑의 크기를 알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들여다보지 않으려 한다. 가끔 ‘엄마’라는 단어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는 아마도 엄마의 사랑을 알면서도 미처 챙기지 못한 미안함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작가는 그런 우리를 대신해 엄마에게 말해준다. “엄마, 나도 엄마와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이다. 엄마가 정성스레 끓여주던 닭볶음탕, 어버이날 색종이로 만들어준 삐뚤삐뚤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밝게 웃던 엄마, 목욕탕에서 넘어져 울던 나보다 더 놀라 달려오던 엄마,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보다 더 잠 못 이루던 엄마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가끔 꺼내 보며 살아가고 있다고. 그래서일까. 이 책을 먼저 선택한 독자들은 아이가 엄마에게 고백하듯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머지않은 어느 날 한 번쯤은 조금 다르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날은 내가 운전해서 엄마를 모셔다가 재밌는 공연을 봐야지. 그러고는 카페에서 수다도 떨다가 해가 떨어질 즈음에 전망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야지. 스테이크에 칼질해야지. 누군가가 보기에는 식상할 만치 뻔한 코스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냥, 한 번쯤은 그렇게도 시간을 보내야겠다.
- 본문 中 -
이 책은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한 일상에 대한 아쉬움도 담고 있다.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공유한 일상이 많지만 함께 하지 못한 일들도 많다.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공연을 함께 보고, 경치 좋은 곳에 가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일들이다. 누군가와는 자주 하는 일을 엄마나 부모님과 함께 하기는 쉽지 않나. 오늘 이 책을 읽는다면 엄마에게 전화해 가을 날씨가 좋으니 이번 주말엔 야외로 나가자고 말을 해보는 게 어떨까.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함께 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효자가 아니어도 이 정도의 효도는 할 수 있는 우리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