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학들이 3차원(3D)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를 돌파구로 삼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활용해 취업 박람회와 강의·축제 등을 메타버스에서 개최하는 것은 물론 메타버스 전공을 신설하는 대학까지 등장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강대 이사회는 최근 주요 대학 최초로 메타버스 전문 대학원 설립을 결정했다. 석·박사 학위로 구성된 대학원은 ‘메타버스 비즈니스’ ‘메타버스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로 세부 전공이 나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대학가에서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던 메타버스가 정식 학문으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앞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 6개 대학은 이달 초 메타버스를 활용한 취업 박람회를 공동 개최했다. 학생들은 가상공간 곳곳에 배치된 60여 개 기업별 부스를 찾아 채용 상담을 진행했다. 주요 대학이 이 같은 대규모 취업 박람회를 메타버스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려는 대학들의 전략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입학식과 강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학가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순천향대는 올해 신입생 모집 입학 설명회와 입학식을 메타버스에서 개최했다. 올 2학기부터는 사회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를 초청해 여는 정규 교양 강좌 ‘피닉스 열린강좌’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고 있다.
‘대학 생활의 꽃’인 축제도 메타버스를 통해 속속 열리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 지친 신입생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서강대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으로 캠퍼스 모습을 구현해 방 탈출 게임 등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건국대는 메타버스 ‘건국 유니버스’에서 봄 축제를 열었고, 숭실대도 지난 5월 학내 주요 시설과 동아리 홍보 부스 등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대학들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학생들도 비대면 강의에 점차 친숙해지면서 오히려 대면 수업보다 메타버스 기반 수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토익위원회가 이달 초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5명 중 4명은 올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고려대는 SK텔레콤과 메타버스 기반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으로 가상 캠퍼스 기반 교육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가 대학에 가파르게 확산되는 것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김 모(22) 씨는 “아무리 잘 만들어진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표정이나 눈빛·몸짓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구현될 수는 없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 대면 수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