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이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됐다. 그는 다음 달 4일 중·참의원의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제100대 총리에 오른다. 그는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으로 내달린 아베 신조 정권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2015년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이다. 신임 기시다 총리 체제에서도 과거사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통한 한일 관계 개선은 당장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시다는 경선 과정에서 일본은 위안부 합의 내용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은 한국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법원이 지난 27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해 첫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한일 관계는 더 꼬여가고 있다.
한일 양국의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을 위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려면 우선 기시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시다 내각이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사과를 한다면 한일 관계를 해빙 무드로 전환해갈 수 있다. 우리 정부도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지 말고 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한 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본이 수용할 만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방지 등 안보 문제만 하더라도 한일은 공동 운명체나 다름없다. 계속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아베, 스가 요시히데 정권의 노선을 고수한다면 중국의 동북아 패권 강화만 돕게 된다.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양국이 계속 과거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양국 미래 모두에 큰 손실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