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진화를 통해 다양한 기후 환경에 적응해왔다. 어떤 의미에서 인류 진화사는 체온 조절을 위한 기나긴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립보행을 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집을 짓고 사는 정신적 진화와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교류하는 사회적 진화 양쪽 모두에서 체온 조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책은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낸 인류 체온의 진화사다. 저자인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한스 이저맨 그르노블 알프대학교 교수는 “인간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왔으며, 이런 사회적 체온 조절 본능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고 분석한다. 체온 조절이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그리고 이 두 가지 진화의 상호 작용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색해 감정과 관계, 건강, 언어, 심지어 집을 잘 판매하는 능력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주변 온도 혹은 체온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일례로 기온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매물로 나온 집을 한층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집 매매가 잘 이뤄진다는 의미다.
전자기기와 디지털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 체온은 전혀 다른 측면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 체온 조절의 절박함은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 따돌림을 당해 쓸쓸하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열망을 낳는다. 다른 사람과 접촉해 온기를 나누며 체온을 조절하는 사회적 체온 조절은 디지털 사회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