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전세대출 규제, 보완책도 마련해야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

주거 복지와 연관된 실수요 대출

섣부른 억제땐 서민 피해 불보듯

차등 조정으로 운용의 묘 살리고

임대차 3법 등 정책 실패 만회를






최근 가계대출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대출 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금리(가중평균, 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2020년 8월 2.39%에서 2021년 8월 2.88%로 1년 만에 약 0.5%포인트 상승했으며 9월 이후에는 이미 3%를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외에도 시중은행들은 일부 신규 대출 중단, 대출 한도 축소 등 양적 제한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는 주택 가격 상승 및 코로나19 사태로 가계의 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한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한 결과다. 정부의 관리 목표인 5∼6%대 증가율을 최대 6.9%까지라고 해석한다면 5대 은행의 경우 연말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약 716조 원 이하로 유지돼야 하며 9월 말 현재 잔액인 703조 원을 차감하면 남은 3개월 동안 매월 4조 원 정도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9월 한 달 동안의 증가액이 약 4조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강행할 경우 목표 달성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총량 규제는 실수요자에 대한 자금 공급까지 막을 우려가 있어 보다 바람직하게는 한은의 금리 인상 같은 가격 변수를 통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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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러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게 된 것은 한은의 금리 인상만을 기다리기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너무 가파를 뿐 아니라 웬만한 폭의 금리 인상으로는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총량 규제로 대출금리가 올랐음에도 가계의 자금 수요는 아직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금융 당국은 다소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총량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에 개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가계대출 문제와 관련해 특히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전세자금대출이다. 전세자금대출은 기본적으로 세입자에게 제공되는 대출로 전세 가격이 오르면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소위 실수요 대출이다. 또한 평균적으로 볼 때 세입자는 자가 보유자에 비해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낮으므로 전세자금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복지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기도 하다. 따라서 총량 규제라는 목표 하에 전세자금대출까지 막기에는 정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세자금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증가율이 훨씬 더 높게 지속돼왔으므로 총량 규제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할 경우 정부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는 개인 간의 직접금융이라는 측면이 있으므로 전세자금대출의 1차적인 차주는 세입자지만 자금의 궁극적인 사용자는 임대인이 된다. 따라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실수요라 할 수 있지만 그 자금이 임대인의 갭 투자(보증금 승계 후 임대) 같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투자 행위에 활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갭 투자 비율이 지난 4년간 14%에서 41%로 3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이달 중 발표될 추가 가계부채 대책에서 전세자금대출이 어떤 식으로 다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부동산 시장 및 금융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을 것이나 서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세부 보완책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면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보증 기관의 일괄적인 보증 한도 축소보다 임대인의 보유 자산과 부채 현황을 고려한 차등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주택 공급 부족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의 정책 실패와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주택 가격 급등이다.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가계대출 시장에 대한 규제만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한다면 무주택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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