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4년 만에 열리는 리움 기획전, '인간'을 고찰하고 "함께 가자" 청한다

[리움 재개관으로 4년만에 기획전]

삼성미술관 리움 M3 진입로에 놓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삼성미술관 리움 M3 진입로에 놓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눈익은 작품이 미술관 밖에서부터 보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거대한 여인Ⅲ’이다. 자코메티 자체가 1,000억원대 작품값으로 세계 미술경매 시장을 들썩였던 데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타계 후 상속 미술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언론에 수차례 노출된 까닭에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의 기획전시실인 렘 쿨하스 설계의 M3 진입로에 이 작품이 놓였다. 가장 깊숙하고 어둑한 전시실에 고립돼 조명 아래 홀로 빛나던 작품이 누구나 지나다니는 통로에 설치되니 감흥이 사뭇 다르다. 거듭된 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실존을 고뇌한 자코메티가 앙상한 몸에 응축한 장엄한 숭고미가 현실 속으로 툭 던져진 듯 하다. 리움이 4년 여 만에 선보이는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의 첫 작품이다.

인체를 추상적으로 바꿔놓은 안토니 곰리의 ‘표현’인체를 추상적으로 바꿔놓은 안토니 곰리의 ‘표현’


군중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조지시걸의 ‘러시아워’ 뒤로 안토니 곰리, 자코메티의 작품이 보인다.군중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조지시걸의 ‘러시아워’ 뒤로 안토니 곰리, 자코메티의 작품이 보인다.



몇 발짝 더 가면 현대조각의 거장 안토니 곰리의 ‘표현’이다. 한때 자신의 몸을 본 떠 작업했던 곰리는 최근작에서 픽셀처럼 표현한 몸을 통해 인체와 공간의 관계를 디지털 시대의 존재감으로 확장했다. 역시나 자신의 몸을 활용했던 작가 조지 시걸의 ‘러시아워’까지. 보통 전시 작품은 관람객과 마주보게 되지만 이들은 관객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배치됐다. 대신 작품과 관객이 나란히 같이 걷는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드러난 “함께 가자”의 공유정신과 공익실천 의지가 감지된다. 전시는 리움 소장품과 외부 대여작품 등 총 130여점을 7개의 소주제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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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이 4년만에 선보인 특별기획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 전시 전경.리움이 4년만에 선보인 특별기획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 전시 전경.


이불 ‘사이보그’ 연작.이불 ‘사이보그’ 연작.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도착한 전시장에서 단번에 시선을 끄는 론 뮤익의 ‘마스크Ⅱ’는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든 인간의 적나라한 표정, 실감나는 얼굴의 뒤쪽으로 가서야 깨닫게 되는 가면이라는 사실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앤디 워홀의 ‘45개의 금빛 마릴린’과 루이스 부르주아의 ‘유방’ 등 해외미술관에서나 볼 법한 명작이 주명덕,육명심의 한국 예술가 초상사진과 인체조각의 대표작가 류인의 ‘정전Ⅰ’, 젊은작가 이동욱의 ‘손잡이’ 등과 탁월하게 어우러진다.

자신의 몸을 때론 가학적으로도 다뤘던 신디 셔먼의 대형 작품 앞에는 근대 조각가 김종영의 순수 추상조각을 퀴어적으로 재해석한 최하늘의 작업이 놓였다. 백남준,이브클라인,매튜바니, 피에르 위그 등 이름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 거장이 정금형,이형구,염지혜 등과 조화를 이루며 코로나 시대에 더욱 깊어진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보여준다.

리움이 4년만에 선보인 특별기획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 전시 전경.리움이 4년만에 선보인 특별기획전 ‘인간, 일곱개의 질문’ 전시 전경.


출구는 입구와 통한다. 나가는 길에 역순으로 시걸, 곰리, 자코메티의 조각을 다시 마주한다. 이제야 사람과 얼굴이 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 2일까지이며 무료다.


글·사진=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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