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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스틱, 본업으로 승부…사모펀드업계 첫 코스피 입성

제조업 부문 매각해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피하고

스틱, 모회사 디피씨에 합병되면서 사명은 '스틱'으로

인지도 높이고 자금조달 용이…주가관리 부담도 안아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모회사로 코스피 상장사인 디피씨(026890)에 흡수합병되기로 하면서 연말 증시 입성을 앞두게 됐다. 국내 대형 PEF 운용사로는 처음 코스피 상장사로 이름을 올리게 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향후 변화와 행보가 투자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디피씨는 자회사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합병기일은 12월 17일이며, 디피씨는 이에 맞춰 사명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바꿀 계획이다. 사명 교체와 합병이 마무리되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디피씨의 종목명도 스틱인베스트먼트로 바뀌게 된다.

디피씨가 이처럼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지정을 피하려는 측면이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돼 투자 현황 등을 공개해야 하고, 10조 원이 넘으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더 많은 규제를 받는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자산 규모는 4조 원 후반대로 올 연말쯤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에 대한 비밀 유지가 중요한 PEF로서 정보 공개 의무는 상당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디피씨가 하는 사업 내용을 변경하면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연말 시행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사모펀드 전업집단도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되는 금융 그룹에 포함된다. 그동안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에만 국한됐던 금융 전업집단에 PEF 관련 회사만으로 구성된 기업집단도 포함돼 공시대상 기업집단 및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피씨는 이를 위해 사업 관련 정관을 변경하는 등 선제적으로 준비해왔다.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제조업만 영위하던 회사 사업내용에 사모펀드의 설립·투자·자문 및 운용 사업을 추가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디피씨의 사업부문은 제조 부문과 금융 부문으로 나눠졌다. 제조부문 종속회사는 전자레인지 및 에어컨용 고압 변성기 등을 생산하는 △디와이파워시스템(DY POWER SYSTEMS) △남통디피씨전자 △불산디피씨전자 등이다.



금융부문 종속회사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두 곳이다. 2018년 디피씨의 완전 자회사로 설립된 스틱얼터너티브의 경우 지난해 핵심인력의 지분 투자로 디피씨 지분율이 기존 100%에서 71.43%로 줄어들면서 종속회사에서 관계기업으로 바뀌었다.

디피씨는 개정안이 명시한 대로 'PEF 관련 회사만으로 구성된 기업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합병과 동시에 제조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전략적투자자(SI) 및 재무적투자자(FI) 몇 곳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피씨는 합병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승계 절차도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 현재 디피씨의 최대주주는 창업자 도용환 회장으로 보유 지분율이 13.19%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파트너들은 그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이 아닌 모회사 디피씨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디피씨의 스틱인베스트먼트 합병 비율이 1대 0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파트너들은 특히 지난해 집중적으로 디피씨 보유 지분을 늘렸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 파트너들이 보유한 디피씨 지분은 △곽동걸 대표(3.56%) △곽대환 대표(0.36%) △박형건 리스크관리본부장(0.24%) △배선한 동남아투자팀 총괄(0.13%) △장안리 파트너(0.13%) △이경형 그로쓰캐피털본부장(0.08%) △강일성 라지캡부문 부대표(0.07%) △채진호 라지캡부문대표(0.18%) △김재범 투자전략실장(0.15%) 등이다. 스틱벤처스의 정근호 부대표(0.10%)와 박민식 부대표(0.09%), 신승수 전무(0.03%)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PEF 운용사의 상장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KKR, 블랙스톤, 아레스 등 미국 대형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상장사에 이름을 올리고 주주들에게 투자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PEF 운용사는 코스닥의 큐캐피탈과 나우IB 정도다.

1세대 PEF 운용사로 꼽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상장 소식에 다른 운용사들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가 되면 외부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주가 관리를 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대기업집단 지정 이슈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국내 PEF들이 참조할 만한 사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박시은 기자·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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