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맹국을 중심으로 중국에 맞서 공급망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 신장 위구르를 염두에 둔 듯 강제 노동 부분을 언급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31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공급망 회복 관련 정상회의에서 “여러분 국가의 안보를 위한 중요 비축 물자를 더 쌓을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는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패할 수 있는 하나의 소스에 의존하지 않도록 우리의 공급망이 다각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급 병목 현상을 해결할 진짜 방법은 대유행을 종식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런 붕괴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열쇠”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는 미국 주도로 유럽연합(EU)과 독일·한국·호주·인도·이탈리아·싱가포르 등 14개국이 참석해 열렸다. 참가국들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14개국 가운데 12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핵심은 G20에 중국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G20 기간 중 중국을 겨냥한 별도의 공급망 회의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대중 포위망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고 기후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공급망 회복력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전 세계 노동자들이 상품의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강제 노동 부분은 미국 정부가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줄곧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신장 지역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상당히 민감해하는 사안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특히 공급망 회의 참석 국가 가운데는 아프리카연합 의장국인 콩고가 포함됐다. 콩고는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 부국으로 이 또한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듯 “정부와 민간 부문이 (물자) 부족 현상을 더 잘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랜섬웨어와 같은 사이버 범죄 공격을 포함한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중국 견제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대응 노력에는 내부 정치적인 요소도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식료품과 유가 급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NBC 방송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2%로 지난 8월 조사(49%)보다 7%포인트나 낮아졌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4%로 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은 22%인 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답은 71%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공급난은 연말 쇼핑 시즌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거에 직격탄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로 볼 수 있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11월 2일)가 코앞이다. 이번 선거는 내년 중간 선거의 전초전 성격이라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초조해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내 공급망 해결을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국방 비축분 방출 △멕시코 및 중남미 국가 자금 지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통관 절차 등 개선 △국무·상무장관 내년 관련 회의 개최 등이다. AP통신은 “공급망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제적·정치적 고통점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잠재적으로 국민들의 쇼핑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화당은 바이든의 경제 리더십을 비판하면서 물가 상승과 공급망 위협을 지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