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다시 증권가의 이슈로 떠올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가를 직접 만나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1992년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이래 3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 증시가 레벨업할 기회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올해 31조 원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코스피에서만 55조 원어치를 팔고 있는 외국인 수급 문제를 풀어낼 해법으로도 거론되나 지수 이동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일 홍 경제부총리는 이날 런던에서 한국경제설명회(IR)를 열고 “한국 경제의 위상이나 해외 투자가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을 종합해보면 MSCI 선진국 지수에 한국이 편입하는 것은 당위성이 충분하다”며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선진국 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고 MSCI 측과도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SCI 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지수로 글로벌 펀드 자금의 지침 역할을 하는 지수 중 하나다. MSCI는 국가별로 주식시장의 발전 단계에 따라 선진시장(DM), 신흥시장(EM), 프런티어시장(FM)으로 나누는데 한국은 중국·인도 등 27개국과 함께 신흥국 지수(MSCI EM)에 포함돼 있다. 선진국 지수(MSCI WORLD)에 포함된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홍콩·일본·호주·싱가포르 등 23개국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정부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는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곧 해소되리라는 기대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소식에 1.16% 상승한 3,013.49를 기록하며 사흘 만에 다시 3,000선을 탈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72억 원, 7,652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이끌었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경우 외국인 자금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글로벌 투자가들의 입장에서 신흥국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격이 짙은 위험 자산이므로 단기 매매 성격의 자금이 주를 이룬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매수가 빠르게 늘며 수익률을 견인하지만 금융 위기 등 악재가 생길 경우 자금 유출이 선진국 대비 훨씬 빠르게 진행돼 변동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신흥국의 수익률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 세계적인 증시 호황기에서 신흥국의 연간 수익률은 18.31%로 선진국의 15.90% 대비 높았지만 2018년 금융 위기 당시에는 신흥국이 14.57% 급락해 선진국(-8.17%)의 두 배가량 저조했다. 최근 공급망 차질 등 제조업의 위기 속에서 한국 증시가 비슷한 산업 성격을 지닌 일본보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탓이라는 의견이 있다.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신흥국 지수 대비 월등히 큰 만큼 외국인 투자 자금이 크게 늘어나리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올 5월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17조~61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최대 27.5%를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18년 5월 중국 A주(본토 주식)이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면서 투자금의 5%에서 33.5%까지 비중을 늘렸는데 그동안 한국 증시의 비중은 추종 자금의 15~16%를 육박하던 상황에서 12%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이 같은 글로벌 자금의 한국 증시 비중 축소는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만 지난해 24조 5,000억 원, 올해 10월까지 31조 6,072억 원 등 총 55조 원 가까이 매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선진국 지수 편입이 2008년, 2014년과 올해 6월에도 무산된 만큼 당장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증시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역외 원화 거래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지수 승격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또 선진국 지수 편입을 무조건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절차대로 한다면 선진국 지수 편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며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편입이 결정된다 해도 실제 투자 비중이 확대되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며 “선진 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마냥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게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밀려 오히려 한국 증시의 투자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