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이 기술수출한 표적항암제가 연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에 나선다. 글로벌 파트너사에 이전한 신약 2건이 허가 문턱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뒤 세 번째 도전이다. 한미약품은 연이은 신약 기술 반환과 FDA 허가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11번째 기술수출 쾌거를 올렸다. 내년부터 미국 항암제 시장 결실을 내면서 연구개발(R&D)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한미약품 파트너, 4분기 ‘포지오티닙’ FDA 허가 신청 예고
한미약품의 파트너사 스펙트럼파마슈티컬즈(이하 스펙트럼)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을 열어 4분기 중 '포지오티닙'의 신약 허가 신청서(NDA)를 FDA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포지오티닙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과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형) 돌연변이를 타겟한다. 스펙트럼은 HER2 엑손(Exon) 20번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서 기존 치료에 실패한 이력을 지닌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포지오티닙' 경구 약물을 투여한 2상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고 상업화 의지를 피력해 왔다. 작년 12월 FDA와 사전 미팅에서 NDA 제출 동의를 얻고, 올해 초 신속심사 지정(Fast Track Designation)을 획득한 상태다. 신속심사 지정은 FDA가 치료제가 없는 중증 질환에 대해 신약 심사기간을 단축해주는 제도다. NDA 제출 후 검토 기간이 10개월에서 6개월까지 단축되고 3상 임상을 완료하기 전에 조기 처방이 가능하다.
스펙트럼이 연내 포지오티닙의 NDA 제출을 완료할 경우 내년 FDA 허가 여부가 판가름난다. 한미약품 입장에선 FDA 판매허가 관련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매출에 따른 러닝로열티(경상기술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상업화 성과에 따라 한미약품에 최대 3억5,800만 달러의 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기술수출 신약 2종, FDA 허가 지연…"내년부터 성과 기대"
한미약품은 앞서 기술수출한 신약 2종이 FDA 허가 문턱에서 좌절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 관련 CRL(보완요구서한)을 수령하면서 연내 허가가 불발됐다. 한미약품은 FDA 재실사를 거쳐 내년 중 BLA(바이오의약품 허가 신청서)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테넥스에 기술수출한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성분명 파클리탁셀)은 올해 초 FDA로부터 NDA 관련 CRL을 수령하고 임상 데이터를 보완 중이다.
한미약품은 포지오티닙의 FDA 허가 신청을 계기로 항암신약 과제들이 하나둘 결실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 앱토즈에 FLT3 억제제를 이전하면서 150억 원 상당의 계약금을 확보했다. 로슈그룹에 이전한 RAF 돌연변이 억제제 '벨바라페닙'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시작하면서 개발 속도를 내고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 부문 총괄 사장은 "롤론티스, 벨바라페닙, 포지오티닙, FLT3 억제제 등 다수 항암신약들의 개발 속도가 동시 다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부터 그 결실이 하나씩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