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올 가구당 이자부담 150만원 급증"...빚투·영끌시대 저문다

[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신용대출 5%·주담대 6% 임박

가계 대출 75%가 변동금리

금리상승 위험에 직접 노출

연체액도 3.2조 불어날 듯

자영업 이자부담 2.9조 쑥

中企도 3.6조나 늘어 '비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신용도가 좋은 사람은 신용대출 금리를 1%대로 적용받을 수 있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2%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다. 수억 원을 빌려도 월 이자 부담이 적다 보니 많은 사람이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고 주식, 나아가 암호화폐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유례 없는 유동성 파티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신용대출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가 2.9%이고 최고 금리는 4.6%가 넘는다. 주담대 역시 최저가 3.2%, 최고 금리는 5.25%에 달한다.



◇더 혹독한 금리 고통이 기다린다=문제는 금리 인상이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이다. 은행 대출 상품의 금리는 금융채, 자금조달지수(코픽스)에 따라 움직인다. 금융채는 한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 심리 및 전 세계 채권금리와 연동되는데,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미국도 긴축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것으로 보여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코픽스는 시중금리, 은행의 예금 금리와 같이 움직인다. 최근 금융 당국이 은행의 예금 금리가 너무 낮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해 앞으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역시 올라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게 된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분보다 대출금리를 더 크게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지만 이후 은행의 대출금리는 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물론 최근 금융 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가 투명한지 들여다보겠다고 경고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분기·연간 단위로 엄격한 총량 규제가 시행돼 만약 대출 수요가 늘어난다면 은행은 결국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려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 주담대 최고 금리 6%, 신용대출 5%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대출 75%가 변동금리…7년 5개월래 최고=이에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에 따르면 9월 기준 예금은행 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은 74.9%로 2014년 4월(76.2%)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은행이 내준 가계대출 잔액의 75%가 금리 상승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카드론·캐피털 등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 대출은 제외한 것으로 이들까지 포함하면 변동금리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17조 5,000억 원, 가구당 부담은 149만 1,000원(월 12만 4,000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랐고 올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3%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여 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가계대출 금리가 1.03%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한 이자 부담을 2020년 현재 금융 부채가 있는 1,174만 가구로 환산한 결과다. 금리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이자를 제때 못 내는 가계도 늘어나 가계대출 연체액도 3조 2,000억 원 불어날 것으로 한경연은 전망했다.

◇“자영업 이자 부담 2.9조↑, 음식숙박업 취약”=한은 역시 비슷한 추산을 했다. 한은은 9월 금융 안정 현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 연간 이자 부담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5조 8,000억 원 올라갈 것으로 봤다. 8월과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5조 8,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대출자 1인당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271만 원에서 301만 원(0.5%포인트 인상 시)으로 30만 원 늘어난다.

한은은 소득수준별로는 고소득자(이자 부담 381만 원→424만 원), 취약 여부별로는 취약차주(320만 원→373만 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진단했다. 고소득자는 소득 상위 30%인 대출자로 규정했다. 이들은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크게 올라갔다. 취약차주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기본적인 신용 위험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산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대출금리가 크게 오를 것으로 한은은 봤다.

보고서는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시 2조 9,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부동산·여가서비스업, 소득별로는 저소득 계층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기업을 보면 0.25%포인트 오를 시 2조 1,000억 원, 0.5%포인트 오르면 4조 3,000억 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0.5%포인트 상승을 기준으로 대기업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 7,000억 원에 그치지만 중소기업은 3조 6,000억 원이나 늘어난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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