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께서 당부하신 ‘양 냄새나는 착한 목자’로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30일 지난 9년 반의 교구장 생활을 돌아보며 이같이 고백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명동대성당에서 이임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이임감사미사를 끝으로 염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다.
그는 강론에서 "사제로 51년을, 주교로 20년을 살아왔고, 9년 반은 교구장이라는 제게는 너무 버거운 십자가를 지게 됐다"며 "(착좌미사 때) 정진석 추기경의 ‘큰 책임감으로 부담도 있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1970년 사제 서품을 받은 염 추기경은 2012년 서울대교구장에 오른 지 2년 만에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에 이은 한국 세 번째 추기경에 서임됐다. 지난 2018년 75세로 교구장 정년을 맞은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임 청원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염 추기경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여러 가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부족함이 컸다"며 "아시아 선교와 젊은이, 민족 화해 등을 주요 사목 현안으로 꼽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열린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제 직분을 수행하는 동안 혹시라도 저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은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용서를 청한다"며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미사에 이어 열린 환송식에서는 서울대교구 신자 대표들이 염 추기경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 등도 그간 서울대교구장으로 헌신한 염 추기경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명동을 떠난 염 추기경은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에 머물며 원로 사목자로 살아간다. 후임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순택 대주교의 착좌미사는 오는 12월8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