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투자해온 콘텐츠·블록체인이 만나는 지점에는 메타버스가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 큰 성공을 거둔 게임빌(063080)·컴투스(078340)의 DNA를 바탕으로 ‘컴투버스’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송재준(42) 컴투스 대표는 “컴투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그 가치는 가늠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컴투버스는 지난 10일 올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송 대표가 공개한 컴투스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컴투버스 발표에 발맞춰 컴투스의 모회사인 게임빌은 30일 ‘컴투스홀딩스’로 사명 변경을 마치고 새 기업이미지(CI)를 공개했다. 컴투스 브랜드로 역량을 결집하고 콘텐츠·블록체인·메타버스를 아우르는 ‘컴투스그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 그간 대외 접촉을 꺼리던 송 대표가 인터뷰에 응한 배경에도 컴투스의 변신이 작용했다. 송 대표는 “컴투스홀딩스 출범과 함께 그룹 전체의 비전을 기존 게임에서 메타버스·블록체인 기반 종합 콘텐츠 기업 및 플랫폼으로 새롭게 정의했다”며 “새로운 ‘그림’에 시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교 1등만 하던 형 따라 서울대, 창업의 길…게임계 대표 ‘형제 경영인’=송 대표는 세 살 터울인 송병준(45) 컴투스 의장과 함께 게임계의 대표 ‘형제 경영인’으로 불린다. 형인 송 의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뒤 1996년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를 창립해 명성을 얻었다. 이후 석사 과정을 밟던 중이던 2000년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를 창업해 모바일 게임 시대를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2013년에는 경쟁사 컴투스를 인수해 국내 양대 모바일 게임사를 모두 이끌게 됐다. 송 대표는 송 의장과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한 후 게임빌에 합류해 송 의장과 함께 현재의 컴투스그룹을 일궈냈다. 그는 “송 의장과 같은 중학교를 나와 같은 대학, 같은 과를 졸업했지만 공부는 송 의장이 잘 했다”며 “중학교에 입학했더니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송병준 동생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송 의장은 3년 내내 전교 1등을 했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이후 송 의장이 모교 창업 동아리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송 대표도 자연스럽게 창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중반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이끄는 거목들이 탄생하던 시기다. 각 가정에 PC와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휴대폰이 대중화되던 당시, 게임은 가장 뜨거운 사업 소재였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피처폰 게임 시절 ‘국민 게임’을 연달아 내놓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개척했다. 송 대표는 “저도 게임을 좋아하고 수천 개 이상의 게임을 해봤지만 ‘게임돌이’라 하기에는 업계에 게임을 너무나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며 “당장 컴투스를 함께 이끌고 있는 이주환 대표도 모바일 게이머로 학창 시절부터 유명했던 사람으로, 저는 사업을 하고 싶어 게임 업계에 찾아온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 대표의 말은 겸양에 가깝다. 그는 게임빌의 대표작인 ‘게임빌 프로야구 2011’ 제작 총괄을 맡아 대성공을 거둔 제작자이기도 하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게임’으로 꼽은 게임빌 프로야구 2011에 대해 송 대표는 “입사 후 마케팅·영업 등 사업 지원을 맡다 본부장으로 제작을 총괄했던 첫 게임”이라며 “출시 몇 달 전까지 도저히 공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테스트를 하고 수개월 동안 새 빌드를 만드는 일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느 날 게임을 하다 너무 재미있어서 지하철역을 놓쳐 지각을 했다”면서 “게임계에서는 ‘지하철을 놓치면 대박 조짐’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 출시한 게임도 여전히 시리즈 중 명작으로 꼽힌다”며 강한 애착을 나타냈다.
◇콘텐츠·블록체인 발판으로 ‘컴투버스’ 구현 목표=송 대표는 이후 게임 제작보다 투자·사업 확장에 집중해왔다. 형인 송 의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동생인 송 대표가 세부적인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다. 올해부터는 컴투스 대표를 맡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끌고 있다. 게임·콘텐츠·블록체인을 아우르는 투자는 연이어 ‘대박 행진’이다. 올해 7,000억 원 내외로 예상되는 연 매출을 투자 성과가 돌아오는 내년에는 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컴투스의 최대 목표인 ‘컴투버스’ 구현을 위해 콘텐츠·블록체인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콘텐츠 투자를 통해 기존 컴투스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유명 IP의 게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서구권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한국산 역할수행게임(RPG)인 컴투스의 대표 IP ‘서머너즈워’는 ‘워킹데드’ 등을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사 스카이바운드와 협력해 할리우드 IP화에 나서고 있다”며 “서머너즈워 영상물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의 ‘도에이’와는 서머너즈워 기반 라이트노벨(웹소설)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2대 주주이기도 한 컴투스홀딩스는 블록체인에도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블록체인 투자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현실 경제·문화·사회를 가상에 이식한 컴투스만의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구현이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콘텐츠와 블록체인이라는 양 날개에 투자하며 기존 게임에서 회사 중심축이 밖으로 뻗어나가게 됐다”며 “구체적인 메타버스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회사의 빠른 ‘체질 개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컴투버스 제작에 앞서 메타버스의 정의를 내리는 데 오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실제 업계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난립하고 있다.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메타버스라는 회의론부터 자유롭게 가상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샌드박스’형 게임이 메타버스라는 주장, 현실과 연계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포함돼야 메타버스라는 시각까지 모두가 각자의 기준으로 메타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현재 플랫폼은 플랫폼대로, 솔루션은 솔루션대로 메타버스에 대한 각자의 정의를 내리고 있어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며 “결론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가상으로 옮겨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게임과 같이 아바타가 있는 3차원(3D) 가상세계이되 모든 경제·문화적 활동을 그 안에서 할 수 있어야만 메타버스라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 그대로 옮겨야 메타버스” P2E 넘어 L2E로=송 대표는 타 메타버스 플랫폼과 컴투버스의 차이점으로 ‘현실과의 접점’을 꼽는다. 컴투버스는 아바타 기반이지만 이용자 간 대화가 필요한 지점에서는 화상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단순한 가상현실 속 캐릭터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면 대 면으로 접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실체 없는 캐릭터에 발목이 잡히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컴투버스를 통해 일반 사무 업무는 물론 진료·쇼핑·금융업을 포괄하는 현실 경제·사회 활동을 가상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가상 사무실의 경우 캐릭터가 옆자리에 앉아 있고 채팅방이 열려 있더라도 실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의 분위기·의중을 100% 알 수는 없다”며 “이런 현실적인 요소들을 구현할 수 없다면 완벽한 가상현실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바타와 화상 카메라의 자연스러운 연동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컴투버스는 컴투스 가상 오피스부터 적용한 뒤 파트너사를 넓혀갈 계획이다. 출시와 동시에 컴투스그룹 전 직원인 2,500명가량이 실사용자가 된다.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교보문고와는 이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송 대표는 “은행·백화점·병원 등 만 명 단위 직원을 보유한 기업들과 컴투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매력이 있는 직장인 수만 명이 상주하는 플랫폼을 구현하면 커머스·엔터 분야의 협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투스는 궁극적으로 게임에서 ‘퀘스트(임무)’를 마치고 보상을 받듯 컴투버스 내 경제활동을 통해 토큰을 얻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송 대표는 “먹고 자는 행위 외의 모든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컴투스는 이를 위해 늦어도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자체 코인인 ‘C2X’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C2X는 컴투버스의 기초 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플레이투언(P2E) 게임 제작에도 나선다. 대표 IP인 ‘서머너즈워:크로니클’을 P2E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가장 자신 있는 IP를 NFT(대체불가토큰) 게임화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그는 “컴투스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사에 수차례 투자해 P2E 게임에 대해 연구해왔고 ‘하이브’ 플랫폼을 갖춰 타사 게임들을 접목하기도 수월하다”며 “코인원의 주주인 만큼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가 용이하고 게임 기업 중 개발력과 플랫폼·솔루션을 모두 갖춘 곳은 컴투스그룹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C2X 발표 후 글로벌 차원에서 문의가 이어져 자신감도 생겼다”며 “게임을 넘어선 생활, P2E가 아닌 L2E(Live to Earn)를 기치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 메타버스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