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에 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환자의 재택치료를 의무화하면서 ‘깜깜이 치료’를 막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원격의료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가운데 32개국이 원격의료를 도입한 가운데 미국과 일본·프랑스의 경우 국내보다 앞서 활발하게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원격의료 산업이 가장 크고 오래된 나라로 꼽힌다. 지난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에 대한 법제화를 시작해 현재는 상당히 정착된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원격진료 시장 규모는 약 8억 1,300만 달러(약 9,750억 원)로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32% 성장이 전망된다. 미국 최초의 원격의료 업체인 ‘텔라닥’은 제휴 의사 수만 5만 5,000여 명이다. 텔라닥의 지난해 원격의료 건수는 약 3,200만 건, 고객 수는 4만 4,200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원격의료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올해 7월 미국 보건의료재정청(CMS)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진 일부 원격진료 서비스의 의료보험 적용 조치를 2023년 말까지 연장하고 향후 영구적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의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의 원격진료 비용 보장 범위가 기존 특정 지역 및 지정 의료 시설에서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체 진료의 0.15%에 불과하던 미국 내 원격진료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100배 늘어난 13% 규모로 급성장했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원격의료가 진행된 나라 중 하나다. 일본은 1997년 벽지 주민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정부 차원에서 원격의료를 처음 도입했고 현재 전 지역에서 활발히 실시되고 있다. 2019년 241억 엔(약 2,500억 원) 규모였던 일본 내 원격의료 시장은 2024년 407억 엔(약 4,2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일본 전역에서 1만 곳이 넘는 의료기관이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고 이는 도쿄에서만 1,700곳이 넘는다.
일본 역시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의 문을 더욱 넓혔다. 지난해 4월부터는 초진의 경우에도 특례로 온라인 진료를 가능하게 했으며 기한은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다. 특히 처방전을 우편으로 보내고 환자가 약국에서 약을 직접 수령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집에서 택배로 약을 받을 수 있고 대면 진료 시 처방받은 약뿐만 아니라 새로운 약도 비대면으로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2018년부터 원격의료를 본격 시행한 프랑스도 코로나19를 겪으며 폭발적인 산업 성장을 경험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원격진료는 대면 외래 진료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지니며 건강보험 가입자는 누구든지 모든 진료 과목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프랑스 내 원격진료 수는 지난해에만 약 1,900만 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프랑스 내 최대 원격진료 플랫폼인 ‘닥터립’의 의사 회원 수는 지난해 3월 초 3,500명에 그쳤지만 올해 4월 기준 신규 등록자 수만 3만 명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