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센스타임






2018년 4월 중국 장시성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쉐유의 콘서트. 6만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당시 공안은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센스타임의 얼굴 인식 기술이 접목된 특수 안경 덕분에 수배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센스타임은 2014년 6월 탕샤오어우 홍콩중문대 교수와 그의 제자 쉬리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이미지 식별 분야의 권위자인 탕 교수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안면 인식 기술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중국이 추진하는 ‘천인(千人)계획’으로 선발돼 고국으로 되돌아온 고급 브레인이다. 센스타임의 얼굴 인식 기술은 정확도가 98.52%에 달했는데 사람 눈이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뛰어넘은 최초의 AI 기술이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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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에 중국 국영 기업 차이나모바일의 얼굴 인식 시스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센스타임이 단기간에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국인 14억 명의 개인 정보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식 회사명은 ‘상탕커지(商湯科技)’였다. 기원전 상(商) 왕조를 세운 황제 탕왕(湯王)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고대 문자와 농업 기술로 이름을 떨친 상 왕조처럼 최첨단 기술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센스타임이 미국 재무부의 블랙리스트 발표로 잠정 중단했던 홍콩 증시 상장 작업을 이번 주에 재개했다. 세계에서 기업가치(120억 달러)가 가장 높은 AI 스타트업인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인용된 세계 AI 논문 가운데 중국이 20.7%를 차지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투자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도 모자라 온갖 규제로 혁신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와 신산업 육성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과제다. 대선 후보들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혁신 산업을 키울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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