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바이든의 ‘신장産 금지법’ 일파만파…미중 공급망 디커플링 계기되나

글로벌 폴리실리콘·면화·토마토 등 산업에 직격탄

美 제재 우려에 전체 중국산 기피로 확대 가능성도

중국 베이징 소재 한 미국 기업에 걸려 있는 미중 양국의 국기 모습. /로이텨연합뉴스중국 베이징 소재 한 미국 기업에 걸려 있는 미중 양국의 국기 모습. /로이텨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 관련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다. 법은 준비기간의 거쳐 6개월 뒤 발효될 예정이다. 신장 지역의 인구는 2,600만명으로 웬만한 작은 나라 하나의 규모다. 몇몇 제품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적이기도 해 이 금지법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지법’이 글로벌 공급망의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로 이어지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번 ‘금지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이 가는 종목은 태양광 패널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필두로, 의류 원료인 면화, 토마토 등 다양하다. 미국이 중국의 특정 지역 전체에 대해 금지령을 내린 것은 사실상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폴리실리콘을 먼저 든다. 폴리실리콘 시정 정보 업체인 베른로이터리서치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용 폴리실리콘의 45%가 신장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글로벌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들은 허성 등 신장에 생산 기반을 둔 업체들로부터 폴리실리콘을 공급받는다. 세계 5대 폴리실리콘 공장 중 4개가 신장 지역에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신장 지역이 폴리실리콘 생산에 특화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지역이 풍부한 석탄과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싸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는 데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소모된다.

면화도 중요한데 신장산 면화는 세계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런 덕분에 중국은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면화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이미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나섰다가 중국에서 불매운동을 당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장은 토마토 등 농산물의 중요 산지이고 저렴한 노동력을 통해 장난감들도 많이 생산된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신장 제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내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지난 1월 신장 면화와 토마토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어 지난 6월 바이든 정부는 허성이 제조한 폴리실리콘을 사용한 태양광 패널의 수입을 금지했다.



특히 이번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은 과거의 미국 정부 주도의 개별 규제보다 한층 강력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지법은 신장에서 제조되는 상품을 강제노동의 산물로 전제하는 ‘일응추정(반박해 증명하지 않으면 사실이라고 전제)의 원칙’에 따른다. 즉 관련 상품의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측에서 ‘이것은 위구르족 강제노동 제품이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어떤 감시와 확인이 사실상 어려운 중국적 상황에서 ‘아니다’라고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장위구르 지역은 티베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봉쇄’ 지역이다. 외신 기자를 포함해 외국인에게는 방문 자체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연구소(PIIE)는 보고서에서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의 핵심은 기업이 미국에 수입되는 어떤 (신장) 제품도 강제 노동과 관련이 없다는 ‘명백하고 납득 가능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장 위구르의 아커쑤 지역의 한 면화 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신장 위구르의 아커쑤 지역의 한 면화 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함께 ‘금지법’은 신장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 과정에서 신장의 원료, 반제품, 노동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한 제품도 수입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장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 지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잠재적인 미국 수출 제한 위험을 피하려면 자사 공급망에서 신장 지역과 관련된 모든 요인을 능동적으로 배제할 수밖에 없다. 신장의 노동력과 제품이 최종 상품의 어떤 단계에서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면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한 기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신장 보이콧’을 ‘중국 보이콧’으로 확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지난 5월 발간한 사회책임 보고서에서부터 협력사에 신장과 관련한 어떤 노동력과 상품도 쓰지 말라는 입장을 공식화하했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지만 다른 기업들도 이런 행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임 트럼프 정부보다 중국에 강경하게 나가는 가운데 향후 더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대만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대한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진실을 외면한 채 중국의 신장 인권 상황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