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 통합' vs '촛불 잊었나'… 박근혜 사면에 시민들 환영·비판 엇갈려

6070 등 "대승적 결단" 평가속

광화문 곳곳 사면 찬성 1인시위

"탄핵 죗값 아직 다 못치렀는데..."

양대노총 등 시민단체 반대 입장

가석방 이석기 "정의 존재하나" 지적

법무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발표한 24일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동헌 기자법무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발표한 24일 광화문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동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자 시민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죗값을 덜 치렀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노년층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24일 서울경제가 광화문 일대를 돌며 시민 반응을 취재한 결과 20~40대 학생과 직장인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직장인 최 모(31) 씨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면으로 정해진 수감 기간보다 빨리 나올 거였으면 촛불 시위와 탄핵 재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20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았으면 적어도 그 기간의 절반은 채우고 나와야 속죄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생 권 모(26) 씨도 “정치인들이 잘못을 저질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돼 나오는 모습을 보니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치인 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나 박 전 대통령 모두 형을 끝까지 살고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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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이처럼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데는 이번 정부 발표가 갑작스러웠던 영향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정치인의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청와대도 이달 초부터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언론의 물음에 “논의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시민들은 찬성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간 어깨 질환과 허리 디스크 등 지병 외에도 최근 치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치료를 받는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해온 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광화문 곳곳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하는 1인 시위가 열렸다.

보수 성향 정당인 대한당은 청계천광장 옆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기도 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에 나온 80대 A 씨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을 듣고 환영의 의미로 오랜만에 광화문으로 나왔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당분간은 정치보다는 건강 회복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주도했던 시민 단체들은 일제히 사면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노총은 이번 특별사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이유가 국민 대화합 차원이라는 데 의구심을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뜻에 반한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편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날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전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에 대해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의원은 “과연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가 존재하느냐. 정말 사면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냐”면서 “악랄한 탄압으로 현역 의원을 감옥에 넣은 사람이 사면됐다”고 지적했다.


이주원 기자·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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